요약

한국은 DAC 공여국 중 ODA 체제가 유 ․ 무상으로 분리되어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일 뿐만 아니라 무상원조는 30여개 이상의 부처 ․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어, 무상원조의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 ODA의 분절화 정도는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실제 사업 내용 등을 살펴보면 불가피하게 분산된 면도 있고 사업의 형태별로 분산 정도가 상이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심각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계획한 대로 ODA 규모가 2015년까지 GNI 대비 0.25%로 증가한다고 가정한다면 현 ODA 체제를 유지할 경우 분절화 문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동 보고서는 ODA 분절화를 최소화하고 원조효과를 제고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권고와 한국 내부의 문제 인식을 반영하여, 무상 ODA 시행 부처 및 기관간 조율 및 협력을 강화하여 원조효과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작성되는 것이다.

본 연구의 배경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2009년 12월 제정됨에 따라 무상원조 주관 부처인 외교부가 유관 부처 및 기관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생겨났다는데에 있다. 또한, KOICA 역시 기본법 제정에 따라 ODA 정책에 부합하는 실행 역량강화를 위해 2010년 KOICA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였고, KOICA 중심으로 관계 부처 및 기관의 전문성 활용한 무상원조 시행 체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가 무상원조 유관기관간 파트너십 제고를 위해 전제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타 부처의 ODA 참여가 반드시 개발협력 사업의 효과를 저해하는 것만은 아니며, 부처가 보유한 전문성, 인력, 축적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는 분명 한국 ODA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섹터의 전문성은 엄연히 개발협력 전문성과는 차별된 것이기 때문에 ODA 주관기관인 외교부와 KOICA중심의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발협력은 단순히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서 전략, 기획, 집행, 평가에 이르는 수직적 체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무상원조 기관간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 수직적 체계를 구성하는 각 주체의 역할이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결국 ODA를 전담하는 독립된 부처/청을 설립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안인 만큼 ODA를 담당하는 외교부/KOICA 중심으로 유관기관의 무상원조를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본 연구에서는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우선, 일본의 ODA 체계는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일본의 경우 ODA 체계가 전략, 정책기획, 집행의 3단계로 구분되어 각 단계별로 ODA 유관기관간 조율 ․ 협력 체계가 존재하였다. 총리실 산하의 대외경제협력위원회(OECC)가 ODA의 전체적인 방향을 주관하고 있어 부처별 ODA 사업이지역 혹은 규모에 있어서 최소한의 일관성은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타 부처는 ODA 주관기관인 외교부와의 협의 없이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할 수 없으며, 외교부 역시 연간 사업계획 및 국가지원프로그램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타 부처와의 협의를 공식적인 절차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체제가 시간 ․ 비용면에서 반드시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독의 사업이 발굴 ․ 수행되는 것을 지양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부처가 아닌 산하 기관이 대다수 ODA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집행기능은 거의 JICA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타 부처 산하 기관이 ODA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교부와의 협의하에 단독 혹은 JICA와 연계하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발굴 및 형성 단계, 평가 단계에서 개발협력 전문성은 일정 수준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편, 일본은 한국 보다 한 발 앞서 ODA를 현장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한 ODA Task Force 제도를 통해 개도국 현지에서 상시적인 개발협력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협의 과정에 타 부처의 파견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기제가 마련되어 있다.

호주 역시 외교부 산하에 집행기관이 존재하여 한국과 유사한 체계이나 범정부접 근 전략을 통해 부처간 협력 및 정책일관성을 도모하고 있는 사례이다. 호주는 외교부 산하에 AusAID라는 집행기관이 있지만 AusAID가 정책 ․ 전략, 집행 단계에 모두 참여하면서 주관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략 단계에는 총리실, 재무부, 외교부, 재정 ․ 규제개혁부가 참여하는 개발효과운영위원회(DESC)를 설치하여 범정부적접근 전략을 주관하도록 하고 있으며, 집행단계에서는 AusAID를 중심으로 타 부처와의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ODA 실무에 가장 전문성이 있는 AusAID의 역할이 강화된 체계로 이는 형식과 절차를 좀 더 중시하는 일본의 ODA 협력 체계보다 실무효율성이 강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호주는 또한 이 체계를 유지 ․ 발전시키고 개발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별도의 평가기구인 개발효과사무국을 두고 있다. 특히, 참고할만한 점은 최근 개발효과운영위원회와 AusAID가 ODA 목적으로 제출되는 예산안에 대해 사전 검토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재정부는 ODA 예산을 심의 ․ 승인하는 프로세스까지 재정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예산의 ODA 적격성 여부 뿐 아니라 사업의 수요, 집행 방안, 위험관리, 재원 내역 등 구체적인 항목까지 평가되어 예산승인 요건이 엄격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호주는 ODA 사업이 단일한 국별전략하에서 집행되도록 하는 원칙을 정하고 범정부적 국별전략을 수립하여 ODA 유관부처의 사업이 모두 단일한 전략하에서 수행되도록 하고 있어 ODA통합도가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국 중심의 개발원조, 즉 협력 대상국 별로 단일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DAC이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한국에 대한 DAC의 특별검토에서도 한국의 분절화 된 ODA 체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국별 단일 지원 체제로 전환할 것이 권고된 바 있다. 이에 한국도 국별지원 체제로 이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점 협력국 및 중점 분야를 선정하는데 있어 현재 보다 소수의 국가와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 ODA 유관기관도 포함되어 선택과 집중이라는 한국 단일의 ODA 정책이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CAS1)의 수립과정의 견고함이나 활용의 정도에 관계없이 협력 대상국별 단일 전략 수립을 통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국무총리실, 외교부, 기재부 등 다수의 ODA 정책 부처와 실행기관이 존재하는 한국의 분절된 ODA 환경에서는 CAS 프로세스 운영 과정에서 유관기관간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통합안이며, 장기적으로 개발협력 정책의 일관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앞서 언급된 파트너십 제고 방안을 구상하기 위한 3가지 전제, ⅰ)수직적 ODA 체계에서 각 주체의 역할 ․ 책임 규명, ⅱ)타 부처의 전문성 인정, ⅲ)정책 및 집행 주관기관인 외교부 및 KOICA의 개발협력 전문성을 고려하여, 한국의 무상원조 파트너십 구축안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수직적 축을 이루는 정책 ․ 전략, 기획, 집행 단계별로 국제개발협력위원회(총리실), 외교부, KOICA의 역할이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총리실의 역할은 ODA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정책이 이행되는 과정에서 하위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거나 제제를 가하는 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동시에, 주관기관인 외교부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량권을 주어 외교부 중심의 무상 ODA 통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외교부는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를 통해 무상 ODA의 국별 조율 업무에 중점을 두고, KOICA는 섹터별로 타 부처의 전문성을 통합할 수 있는 체제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과정에서는 다음의 ‘무상원조 파트너십 구축안’에 제시된 바와 같이 다양한 참여기제(Platform)가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무상원조의 예산 통합을 달성하고 개발협력을 전담하는 독립부처를 설립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이 막 시행된 현 시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기본법에 내용에 준하여 외교부 중심으로 무상 ODA 유관기관간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현재 외교부는 KOICA 중심의 무상 ODA 예산 통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독립부처 설립 등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예산통합이 바람직한 방향임에는 틀림없으나 현 시점에서 강제적인 예산통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으며 주관기관과 유관기관 간 신뢰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단계별 통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는 부처간 중복된 사업을 조율하는 동시에, 현 CAS 수립체제에서 소외되어 있는 타 부처의 참여를 강화하여 모든 무상원조 사업이 CAS 체제로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CAS 수립과정에서 타 부처 역할은 제한적이며, 일부 부처의 사업이 포함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CAS 수립과정에서 형식적인 의견수렴의 절차를 통해서만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분절화를 줄이고 한국의 원조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타 부처/기관의 사업이 ‘섹터 전문성’을 강조한 프로그램 형태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섹터 차원의 업무인 만큼 KOICA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KOCIA는 “프로그램 협의회”를 구성하고 유관기관 직원의 파견제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 및 소통 체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이 인정된 유관기관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업의 예산까지 이관하여 집행부처/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신뢰에 기반한 기제를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무상 ODA 예산의 통합은 타 부처의 ODA 참여 기회가 충분히 보장된 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본 연구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정에 따라 무상 ODA 통합안을 도출하기 위해 작성되는 것으로 보다 연구의 범위가 무상 ODA로 한정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제시된 통합안은 향후 한국 ODA의 통합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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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연구보고서에 사용된 ‘CAS(국별지원전략)’는 그 명칭이 2011년을 기하여 ‘CPS(국별협력전략)’로 변경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