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1. 연구배경 및 목적
한국은 급속한 경제 ․ 사회적 발전을 바탕으로 최빈곤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한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세계적 기대에 부응해, 한국이 선진 공여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 개발협력 규범에 부합하는 동시에 국제 개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향성을 확고히 수립하고 공유해야 한다.
한 조직 및 기구의 명확한 핵심가치의 수립과 공유는 해당 조직의 역할과 책임(정체성), 지속성, 중장기적인 차원의 업무성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Urde 2003). 핵심가치는 해당 조직에 목표와 방향을 부여하고, 다양한 조직 구성원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가치체계로써 운영과 행동기준, 동기를 제시해 업무 시 직면하는 의사결정과 수행방식을 이끈다 (Kunde 2002). 이렇듯 관련 부처 및 기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한국 개발협력의 이념과 원칙을 공유하고 또 정책과 집행을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하나의 통합된 목표와 방향을 향해가는 한 조직으로서의 결속력과 정치적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정책 지속성과 효과성 개선, 정책 지지 기반 확보를 추구할 수 있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체계가 분절화 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ODA 철학 및 원칙, 그 실현방향의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주관부처와 다양한 시행부처 및 기관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한국 ODA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한국형 ODA의 집행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시발점으로 국내 다양한 주체와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우리 ODA 철학과 원칙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2. 연구내용 및 방법
본 연구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OECD DAC 주요 공여국의 ODA 철학 및 원칙 정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원조 정책과 추진양식 개발에 대한 사례연구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우리나라 개발협력의 철학 ․ 법률적 기반을 분석한다. 한국 ODA 정책 및 추진양식을 뒷받침하는 원칙과 목표에 대한 합의, 관련 법률적 기반, 개발협력 역사적 배경과 특성, 추진체계 등을 중심으로 한국 개발협력 정책의 배경과 현 위치를 파악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오늘날 국제적 합의와 한국의 상황에 부합하고 비교우위를 강화할 수 있는 개발협력의 원칙과 실현방향을 도출하고자 한다.
문헌연구와 함께 한국의 ODA 철학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체계 도출을 위해 국내 ODA 전문가 심층면접 및 간담회 등을 실시했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국내 개발협력 담당부처, 무 ․ 유상 원조의 주요 집행기관인 KOICA, 수출입은행 EDCF 담당자, 학계, 시민사회 등 폭넓은 국내 ODA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한국 ODA의 철학과 핵심가치를 수립하는데 반영했다.
Ⅱ. 국제개발협력 핵심가치와 환경변화
1. UN과 MDGs
(1) MDGs의 배경
UN의 MDGs는 국제사회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차원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 이전의 개발은 선진국의 가이드나 (70년대 까지) 급진적인 자유화 (80~90년대)를 통한 경제발전으로 수입이 늘어나게 되면 다른 분야의 결핍은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수행되었다. 따라서 개도국 발전을 위해 1960~70년대 인프라구축, 인적자원개발, 산업기반 확충에서 1980년대 경제자유화,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제도개혁이 강조되었다. 이에 반해 MDGs는 빈곤타파와 인간의 웰빙(Well-Being)을 개발의 중심과제로 삼았다. 이는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까지 세계 공적원조의 주요 흐름이었던 ‘거시적 차원의 경제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변화를 상징한다.
2015년을 목표달성 시점으로 하는 MDGs의 8개 분야에 걸친 목표는 각 개발 분야에 대한 목표 (1-7)와 개발주체 관련 목표 (8)로 구성되어 있다. 목표 1-7은 과거에는 개별이슈로 취급되어 왔던 분야별 목표가 개발과 각각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발계획이 수립 및 추진되었다는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파트너십에 관한 목표 8은 개발 사업에서 수원국의 주인의식, 개발주체와 대상 간, 개발주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개발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개발의 최종 목표 중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빈곤문제 해결에 선진국들의 협력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2) 최상위 규범으로서 MDGs의 의의
국제규범은 다음과 같은 주기를 거쳐 구축 및 확산된다. 출현단계에서는 규범의 주창자가 국제사회에 필요한 행동과 규칙에 관한 새로운 시야를 구축하여 사회 구성원에게 해당 규범의 수용과 준수를 설득한다. 그리고 다수의 행위주체가 규범을 수용하면 단계적으로 확산되어, 해당 규범의 준수의 필요성을 인식한 행위주체가 규범 리더가 되어 제재를 통해 규범의 사회화를 촉진한다. 이 단계에서 해당 규범을 습득하고 수용함으로써 각 행위체는 정통성 또는 귀속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고 최후의 단계에서는 행위체가 규범을 정책이나 법률에 도입하여 내부화한다. 따라서 규범에 관한 논쟁이 사라지고 내면적인 제재만으로 규범이 유지된다 (표 1참조).
MDGs가 최상위 규범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정상회의를 통한 정당성 확보와 단순하고 분명한 목표와 그 달성 시한의 제시에 있다. 기존의 UN 선언 대부분이 장관급 회담의 결과였던데 반해, 새천년정상회의는 189개국 정상들이 합의함으로써 최상위 레벨에서의 공약을 바탕으로 2단계 규범의 확산단계에서 정당성이 확보되었다. 뒤이어 이를 OECD DAC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내부화하는 단계를 거침으로써 MDGs가 최상위 규범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MDGs가 최상위 규범으로서 자리 잡은 증거는 ① 빈곤에 대한 다면적인 시각이 1990년대 UN 회의 등을 거치면서 중심주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사회운동 주체들 즉, NGO들의 연대가 이전 기업 주도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성장하여 새로운 주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② OECD DAC 회원국을 비롯한 양자원조 기관들의 새로운 원조패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냉전 종식 이후 개발원조에 대한 지지는 줄어들고 지정학적 목표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나, MDGs 수립 이후 해외원조의 국제개발에 대한 기여 역할을 확인하면서 빈곤과 인간 개별차원의 복지와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빈곤감소 어젠다를 이어갔다.
(3) MDGs에서 SDGs로
MDGs의 목표달성 시점인 2015년이 가까워오자 국제사회는 그 후속 조치로써 SDGs를 논의하고 있다. MDGs가 빈곤의 해결과 개발도상국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SDGs는 환경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 적용 가능한 개발의제로서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보편성에 대한 지향은 SDGs가 최상위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정당성을 마련해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경제 발전과 원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이는 MDGs의 종료 시점과 더불어 SDGs 논의의 적시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 중국 그리고 세계은행을 포함한 공여국들은 SDGs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특히 인도의 경우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SDGs가 MDGs를 대체할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SDGs가 MDGs를 대체할 것인지, MDGs의 확장 ․ 보완에 머무를 것인지, SDGs와 MDGs가 섞이지 않은 채 동시에 나란히 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자적인 합의가 아직 부재하기 때문이다 (Evans and Steven 2012b).
그러나 SDGs가 MDGs를 잇는 후속 국제규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당하다. 리우+20에서 최종적으로 합의된 현재 형태의 SDGs는 MDGs가 폐기되거나 대체되는 형식이 아니라 ‘기본사업이 확대되는 형식’이라 볼 수 있다. MDGs의 기본 원칙들과 성과, 정당성을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SDGs 역시 MDGs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SDGs는 모든 UN 회원 국가들과 여러 NGO들이 참가하는 리우+20에서 채택되었고, UNEP의 역할 강화를 통해 SDGs라는 국제규범의 확산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제규범의 확산 단계까지 예비하고 있다. 다만 초안에서 2030년이라는 목표달성 시한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최종 성명에서는 구체적인 시한을 채택하는 데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목표달성 시한과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2. OECD DAC 논의 및 권고 사항
국제규범의 라이프사이클에서 보면 OECD DAC은 규범의 확산을 주도하는 규범리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MDGs를 통한 빈곤감소라는 최상위 규범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공여국 집단에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행동규범을 제시함으로써 규범의 사회화를 주도한다. 동시에 동료심사를 통해 권고사항을 제시하거나 모델사례를 선정함으로써 평가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향후 논의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규범의 내부화를 촉진한다.
OECD DAC은 규범리더로서 원조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향상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공적개발에 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한다. 2002년 몬테레이 회의를 통해 국제사회는 MDGs 달성을 위한 개발재원의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이에 따라 GNI 대비 0.7%까지 ODA 규모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확대된 개발재원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용과 관리를 위해 원조효과성에 대한 고위급 논의를 이끌었다. 2005년 파리 원조효과성 고위급 회의에서는 파리선언을 채택하여 5개 원조효과성 원칙과 원칙의 실행을 위한 12가지 지표를 설정하고, 회원 공여국과 개도국을 비롯한 다양한 개발주체의 원조 효과성 제고 노력을 독려했다.
이와 함께 OEDC DAC는 원조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원칙으로 정책 일관성을 위한 범정부적 접근 및 원조의 예측가능성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원조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공적개발원조 증여율 향상 및 원조의 비구속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더 나아가 빈곤, 성 평등, 환경, 분쟁과 평화 및 취약국가, 무역, 원조 효과성, 원조의 질, 거버넌스 등을 OECD DAC 권고사항의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김은미 외 2010).
OECD DAC은 규범리더로서의 역할 외에 평가체계로서의 역할도 수행해 왔다. 동료심사를 통해 매 4~5년마다 각 회원국의 원조 정책의 법적기초, 개발협력의 비전, 원조 정책 수립 및 추진 체계, 원조 효과성 및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 개선 노력 및 인지 제고 노력 등을 포함하는 원조 정책 전반의 구조와 방향 등에 대해 평가한다. 이를 통해 각 회원 공여국의 선례를 공유하고, 향후 개선방향을 권고함으로써 규범의 내부화를 촉진하는데 기여해왔다.
3. G20 개발의제 및 부산선언
(1) G20 개발의제
2008년 금융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출범한 G20 정상회의 차원에서도 국제 개발의 논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개발을 주요 의제로 종합적으로 논의하게 됨으로써, 개발 의제가 세계경제 논의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G20 개발 논의 결과 서울 개발 컨센서스와 다년간 개발행동계획이 채택되었고, 이를 통해 G20 개발의제의 기본 추진방향과 6대 기본원칙을 포괄함으로써 향후 G20 차원에서의 개발논의의 방향과 원칙을 제시한다.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다함께 성장하기 위해 개도국 스스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자생력을 기르는 역량 배양을 통한 ‘경제성장’ 달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으로부터의 획일적 접근이 아닌, 자국의 고유한 환경과 수요에 적합한 개발전략을 수립하여 이행하는데 있어서 개도국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개발의 소외, 재원조달 방법 및 구체적 실행계획 부족, 비회원국과의 제한적인 커뮤니케이션 등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국제 경제협력 분야에 있어서의 최상위 회의이자 신흥국을 포괄하는 유일한 논의의 장에서 개발의제를 도입함으로써, 개발협력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었다.
(2) 부산선언
부산총회는 2003년부터 추진되어 오고 있던 원조효과성에 관한 고위급 회담의 최종적이고 종합적인 논의로서, 파리선언과 아크라 행동계획의 이행결과를 종합적으로 점검 및 평가하는 기회가 되었다. 원조 효과성 중심의 국제개발협력 프레임워크가 종료되는 시점에, 부산총회는 원조의 효율적인 집행과 효과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온 논의에서 시각을 넓혀 포괄적인 개발협력의 맥락에서의 원조의 역할과 영향을 모색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공여국 외에도 DAC 비회원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영향력 있는 신흥 공여국, 기업, 재단 등의 민간부문등이 최초로 공식적인 논의 과정에 참여해, 새롭고 포괄적인 개발협력 파트너십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결과 채택된 부산선언은 MDGs 달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새로운 파트너십에 의한 효과적인 국제개발을 위한 공동 원칙과 목표를 강조하였다. 부산총회는 파리선언과 아크라행동계획을 중심으로 한 기존 원조 효과성 핵심원칙을 심화하고 향후에도 공동의 원칙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원조 효과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발협력 프레임워크로써 “효과적인 개발협력”에 새로운 글로벌 개발 파트너십, 지속가능한 성장과 개발, 포괄적 경제성장, 인권, 양성 평등, 부패감소, 기후변화 재원 발굴 등의 다양한 주제를 “개발” 논의로 포함시켰다.
Ⅲ. 선진 공여국의 ODA 기본가치와 추진체계
1. OECD DAC 회원국 분석
본 장은 OECD DAC 회원국들의 국가개발 정책 및 전략 보고서, 외교 백서, 법률, OECD DAC 동료심사를 포함한 개발협력 관련 주요 문서를 전수 조사하여 각 공여국의 ① ODA 핵심가치와 목표 또는 원칙, ② 이를 뒷받침하는 ODA 정책, 제도 및 추진양식 그리고 ③ 목표와 실제 원조집행과의 일치 여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MDGs 도입 이후 전 OECD DAC 회원국은 국제규범과 국내적 상황 및 가치에 따라 MDGs를 비롯한 빈곤감소 및 지속가능한 개발 달성을 자국의 핵심 원조 목표로 선정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정책, 전략,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제 규범 및 가치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 국내외 환경, 역사, 국내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등이 주요 원조 목표와 핵심 전략에 반영되고 있다. 각국이 추구하는 국내적 가치에 따라 OECD DAC 회원국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첫째로,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선진 공여국으로서의 이미지 구축과 국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인도적 차원의 개발원조 이념을 핵심 가치로 추구하며 사회민주주의 발전을 강조하는 개발협력 정책을 추구해왔다 (JICA 2009). 둘째로, 과거 식민국이었던 벨기에,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는 옛 식민지역에 원조를 집중 지원하고 자국의 역사와 문화 공유를 개발협력의 주요 전략 또는 중점지원국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MFA 2005a; MNE/IPAD 2005). 셋째로, 그리스,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호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빈곤감소와 함께 주변 지역의 평화유지와 경제성장을 원조 제공의 주요 목표로 선정하고 있다. 넷째로, 미국과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글로벌 평화와 번영을 자국의 평화와 번영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시에 외교와 안보, 개발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안보적 차원에서 개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섯째로, 캐나다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며 글로벌 과제해결을 위한 국제 논의에 기여함으로써 자국을 위한 보다 나은 국제적 환경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제개발협력 기본법’에서 빈곤감소를 개도국 발전, 협력 증진과 함께 한국 개발협력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내재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OECD DAC 회원국으로서 높아진 국가 위상에 맞게 개발협력 분야의 국제규범 형성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적극 수행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질 것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캐나다와 같이 자국의 역할 확대를 원조 제공의 주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심층 국가분석
(1) 일본
가. 역사 및 배경
일본은 전후 경제 ․ 사회 재건 성공 경험을 토대로 지난 50여 년간 활발히 국제개발협력 노력에 동참해 왔다. 특히 1980년대 후반 탈냉전기에 접어들면서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선택하면서 일본의 경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국제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외정책의 일환으로써 개발원조를 강화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여국으로 영향력을 펼쳐왔으나,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2000년을 정점으로 원조 규모에 있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OECD DAC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정책 권고안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방식으로 인해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 ODA 정책방향 변화
일본은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ODA 헌장을 바탕으로 중기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기정책문서, 단기적인 국별 원조계획, 매해 외무성에서 발간하는 개발협력 백서를 수립 및 발표해오고 있다. 1992년 결의된 ODA 헌장이 대대적인 일본 개발원조에 대한 검토 및 평가와 함께 국제사회의 변화를 반영해 2003년 개정되었다. 이와 함께 2010년 발표한 원조 정책서를 바탕으로 일본의 개발원조 정책의 방향 변화를 살펴보면, 개발협력 철학과 목적이 열린 국익의 개념으로 점차 발전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국제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궁극적으로 자국의 안정과 번영을 도모, 더 나아가 개발원조는 더 이상 자선이 아닌 일본을 포함한 세계의 공동이익 추구 방안으로 그 철학과 방향성에 있어 보다 넓고 열린 국익의 개념이 개발, 적용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환경변화와 논의를 반영해 MDGs 달성 등 글로벌 빈곤감소 초점을 강화하고, 인간안보 등 인도주의적 방향을 강조해오고 있다. 한편, 개발협력 접근 방식의 핵심은 경제성장에 있고, 개도국의 자조노력(Self-help)을 강조하는 점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다. 정책집행과의 부합성
이념과 정책의 방향성 변화에 따라 기존의 경제적인 성격의 원조 조건에서 인권, 행정능력 강화, 선거, 민주주의 개선 등 정치 ․ 사회적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했으나, 기본적인 정책 틀 안에서는 실질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정상희 2011). 또한 우선협력 분야인 “평화구축”에 대한 지원은 1997~2008년간 큰 변화 없이 전체 양자원조의 1~2%, 인도적 지원 역시 총 원조의 1~2%에 머물고 있다 (OECD 2010). 이에 OECD DAC은 동료심사를 통해 일본이 개발원조 정책에서 강조해오고 있는 “성장을 통한 빈곤감소”가 실질적으로 원조 프로그램/프로젝트 집행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라. 시사점
일본은 국가 주도적인 개발경험과 정책방향, 체제 개편 이전의 추진체계 등에 있어 OECD DAC 공여국 가운데 우리와 가장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의 개발협력 노력과 추진방향 설정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국제적 논의 동향 및 환경 변화에 따라 국익과 국제적 규범 간의 균형을 도모하며, 정책 및 전략에 반영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해왔다. 정책적 제도적 개혁과 개선 노력을 다각도로 병행하며, 특히 자국의 비교우위 분야 (인간안보, 기후변화)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분야의 리더십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와 같은 정책과 전략의 변화가 실질적인 이행의 측면에서의 변화로는 뚜렷이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실질적인 원조 집행 및 추진양식 등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2) 호주
가. 역사 및 배경
호주는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 문제를 겪고 있는 다수의 취약국들과 인접해있어, 자국의 안보 및 경제성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효과적인 개발원조 정책의 수립과 운영을 통한 국익 도모가 매우 중요한 외교적 이슈로 작용해왔다. 호주 인근 태평양 도서지역은 해외 교역기회 및 기타 공여국들로부터의 개발 지원이 제한적이고 MDGs 달성에 크게 뒤처져 있었다. 호주는 주변 취약국에 대한 집중적인 원조를 통해 평화구축과 거버넌스 개선을 도모해 해당 지역의 개발노력에 크게 기여해왔다.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호주의 지역적 리더십 역할과 성과 역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나. ODA 정책방향 변화
지역 개도국의 안보와 번영에 대한 기여가 자국의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인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호주 개발원조 정책 목표와 방향은 국익과의 연계성이 뚜렷해 왔다. 1997년 외교부 장관의 개발원조 최초 정책성명은 과거 상업적 목표와 이익을 초점으로 한 개발원조의 활용을 지양하고, 빈곤감소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개발원조의 목표와 방향으로 제시함으로써,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2001년 빈곤감소 프레임워크를 수립해 호주 개발원조의 빈곤감소 정책 초점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위기, 평화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적 리더십 강화, 경제정책 및 거버넌스 개선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호주 정부는 국익과 연계된 자국의 개발협력 이념이 빈곤감소 초점을 약화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인식하게 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논의와 합의의 방향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국의 개발원조 정책의 목표와 원칙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2006년 개발협력 백서에서는 호주의 MDGs 달성 및 개도국 빈곤감소와 지속 가능한 성장 지원 초점을 강화했고, 2011년 새로운 중기 원조 정책서에서는 국가적, 국민적 가치와의 일치, 자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 중견국가로서의 국제체제 수호의 책임 공유를 호주 개발원조의 새로운 철학과 근거로 명시했다.
다. 정책집행과의 부합성
호주의 개발원조 정책과 전략은 실질적인 원조 배분 및 집행에 있어서 크게 일치한다. 호주는 2001년 빈곤감소 프레임워크 수립 이후 MDGs관련 사회부문에 대한 개발원조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오고 있고, 국가 및 지역개발 전략 수립 시 빈곤감소와 MDGs 달성 목표를 통합해오고 있다. 사회부문에 대한 원조 집중은 90년대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세부 중점 분야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있어, 교육 분야에 대한 원조와 비교해 거버넌스 및 시민사회 활동 지원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06년 개발협력 백서에서 밝힌 효과적인 국가 개발지원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성과 일치한다. 또한 태평양 인근 지역의 평화구축과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집중협력을 중 장기적으로 지속해 1999~2000년 총 ODA의 15%를 차지하던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은 2004~05년 33%로 크게 증대했다 (OECD 2005).
라. 시사점
호주는 주변 취약국의 정치 ․ 경제적 안정과 빈곤감소가 자국의 번영과 직결되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개발원조 정책의 철학과 원칙에 있어 국익과의 연계성이 명확하다. 국익에 대한 초점이 개발협력 본연의 목표와 가치를 약화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규범과 논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빈곤감소 초점을 강화해왔다. 2006년 개발협력 백서를 준비하는 일련의 호주 국내적 논의과정은 원조의 양적확대와 함께 원조의 비구속화, 개발효과성 사무소 개설 등 질적 개선을 위한 원조 정책 개혁을 이끄는 정치적 모멘텀이 되었다(OECD 2009). 호주는 개발협력에 대한 범정부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 시작해 관련 부처 및 공공기관 간의 협력체제를 구성하고 MDGs에 대한 이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개발원조 정책의 철학과 근거를 자국의 국가적 가치이자 국제 시민의식의 발현으로 확장해 오고 있다.
(3) 덴마크와 노르딕국가
가. 역사 및 배경
OECD DAC 회원국 중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과 같은 노르딕국가는 대표적 선진 공여국으로 손꼽힌다. 덴마크를 비롯한 이들 노르딕국가는 경제규모, 인구 및 국토 등의 면에서 소규모 국가들로, 1970~80년대 소련 및 동유럽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서구화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원조 예산을 대폭 증대하였다. 또한, 이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캠페인을 벌이며 개도국의 빈곤퇴치가 선진국의 의무이며 개도국과의 협력은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유익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갔다. 노르딕 국가들은 원조를 통해 자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개발협력 분야에 적극 참여하며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나. ODA 정책방향 변화
덴마크는 노르딕국가 중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국가로 분류되어 왔었다. 이는 원조를 지원하기 시작한 1950~60년대 급속히 원조 규모를 증대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지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OECD DAC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 논의 및 정책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국내 원조 정책의 방향 또한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도해 왔다. 덴마크는 급진적 변화보다는 지속적으로 빈곤감소와 원조효과성 향상 논의를 주도하고 정책을 개발하며 덴마크 원조 방향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다. 정책집행과의 부합성
덴마크는 법령을 포함한 정책서, 전략서를 통해 주요 목표와 집중분야, 중점 지원국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원조 배분 및 집행에 있어서도 일치를 나타내고 있다. 집중 분야의 경우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강조하는 다른 노르딕국가와 같이 민주주의, 교육, 환경, 보건, 거버넌스 등 사회 인프라 및 서비스 분야에 원조 지원 비중이 높았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 소득 수준별로는 최빈국에 원조가 집중 지원되었다.
라. 시사점
덴마크는 국내지지 기반을 확대해 나가며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적 ․ 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또한 덴마크 정부는 정부의 원조 목표와 구체적 행동방안을 명시한 정책 문서를 통해 원조 운용 및 정책의 일관성을 도모함은 물론 국민의 이해를 돕고 국내 지지층을 강화하는 주요 정책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였다. 특히, 국내 ․ 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OECD DAC의 권고와 선진 공여국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덴마크 원조 방향을 경제적 이익 추구에서 빈곤감소와 원조효과성 향상과 같은 국제규범으로 맞추어 나가며 국제사회에서 리더십 또한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덴마크 사례는 국민과 정부의 합의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원조 정책을 집행해온 측면에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덴마크가 국내 지지층을 강화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원조목표와 구체적 행동방안을 명시한 정책 문서를 발표하고 이를 원조 운용 및 정책의 일관성을 도모함은 물론 국민의 이해를 돕는 정책 수단으로 사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덴마크의 확고한 국내 지지기반은 다양한 캠페인을 비롯한 국가차원의 적극적 전략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으로 한국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의 ODA 인식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실행되어야 하겠다.
Ⅳ. 한국 ODA 특성
1. 한국 ODA의 현황
(1) 일반현황
2011년 한국 ODA 규모는 US$13.2억으로 전년대비 약 12.5% 증가하였으며, 이는 지난 2002년 US$2.79억에 비해 지난 10년간 4배 이상 증가한 기록이다. 그러나 ODA/GNI 비율은 2002년 0.05%에 비해서는 증대했고 2006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2010년과 동일한 수준인 0.12% 수준을 기록하여 한국의 경제성장과 속도차를 보이고 있다. 심층면접 결과, MDGs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여 각국의 GNI 대비 0.7%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부부처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한국 ODA 규모는 최근 OECD DAC 회원국 중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 예산중에서도 가장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항목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증가가 국제 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적 인식수준 개선 속도와 발맞추어 가지 못한다면, 중장기적 차원의 국민적 정책 기반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상원조 실제 집행금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2006년 기준 3배 이상 증가했다. 유상원조는 수원국의 공여국 의존도를 높여 자립을 저해하고 원조로 인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무상원조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국제적 평가현황
OECD DAC 가입을 계기로 한국의 개발협력 분야에 국제사회의 규범과 개별국가의 이행사항을 평가하는 다양한 기제들이 소개되었다. 2008년 OECD DAC 가입이전 특별 심사에서는 무 ․ 유상 원조의 이원화, 정책을 총괄하는 단일 기관의 조정 기능부족, 여러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체적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여 사업을 집행하고 시민사회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양적확대와 함께 크게 ① ODA 집행체계의 분절 개선; ② 통합된 대외원조전략의 수립; ③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강화를 권고했다. 심층면접결과, OECD DAC 가이드라인이 준수 및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각 부처별로 그 준수 범위 및 필요 정도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행부처 및 기관의 경우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시행부처 차원에서의 외교 및 경제적 목표를 초점으로 하는 원조사업의 경우에는 국제적 규범과 한국 정부의 원조 정책의 비전과 목표 등의 준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적 상황에 맞는 OECD DAC 정책 가이드라인의 준수 정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결정과 합의가 필요하고, 사업시행 시 활용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정책 권고에 대한 이해를 제고해야 한다.
2011년 발표된 QuODA는 파리선언의 원조효과성 논의에 따라 각국 및 주요 국제기구가 집행하고 있는 원조의 질을 ① 효율성의 극대화; ② 수원국 부담완화; ③ 제도 조성; ④ 투명성과 학습의 분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QuODA의 평가 기준과 항목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조의 질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 자체가 새로운 원조 논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2. 한국 ODA의 법적 기반 및 철학
한국 ODA의 법적 기반은 1963년 국제금융기구에의 가입조치에 관한 법률로 시작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1986년 ‘대외경제협력기금법’과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법’이 제정되면서 무 ․ 유상 ODA 집행의 법적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국제협력 및 경제협력의 분야가 다양해짐에 따라 ODA 자원의 영역별 분배문제가 발생하고 특히 1995년 이후 정보통신분야의 해외진출 및 지방자치제도의 시행에 따라 다양한 기관들이 ODA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별 법률은 전체 ODA의 이념․철학과 핵심가치에 대한 언급보다는 사업 대상으로서 개발도상국과 그 발전으로 법률을 규정하고 있어 그 목적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제개발협력 기본법 (2010)은 한국 ODA 이념 ․ 철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추진체계와 그 업무범위에 대한 규정에 집중했고,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 (2010)은 추진방식과 전략, 향후 방향성을 사업단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전략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에 나타난 국제개발협력의 목표가 국제적 규범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적 국익’이 명문화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한국 ODA의 철학과 이념부재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정부 스스로가 ODA를 국제개발협력의 한 부분으로 규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이를 동일시하는데서 시작되며, ODA의 이념 ․ 철학 역시 “한국의 ODA”와 “한국형 ODA”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개념적 혼란이 야기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시행기관인 KOICA와 EDCF 역시 이러한 혼재를 해결하고 “개발”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목표를 적시할 필요가 있다.
3. 한국 ODA 발전방향에 대한 국내 논의 동향
1) 한국 ODA 목적
한국 ODA 목적을 논의하는 대다수의 기존 연구들은 장기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국익 및 인도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측면과 단기적이고 가시적 이익에 중점을 두는 현실주의적 측면이 양립해온 가운데 점차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연구들은 국내외 환경과 한국의 특수성을 중심으로 한국 ODA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개발협력 분야의 국제적 논의 및 규범을 국내 정책으로 흡수하고 내재화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OECD DAC 회원국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원칙 및 규범 준수는 필수적이며 이제 한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국제 규범 설정에 참여하며 논의를 이끌어 나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는 국익과 공익, 국내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와 국제적으로 합의를 이룬 가치를 ODA를 통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를 중심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2) 한국 ODA 비교우위
한국 ODA의 비교 우위에 대한 연구는 한국 ODA 목적에 대한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다수의 연구에서 한국의 과거 개발 경험에 기반을둔 경제적, 기술적, 제도적 노하우와 경험 전수 또는 현재 한국의 국가 경쟁력 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인적 자원 개발 및 정보 통신 분야에 기반을 두어 한국 ODA 비교 우위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공여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공여국 중심의 사고로, 현재 국제 규범이 지향하는 수원국의 필요와 상황을 먼저 고려한 ODA와는 상이하다. 따라서 수원국의 상황을 고려하고 수원국의 개발우선순위에 기반을 둔 한국 ODA 비교우위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V. 결론: 한국 ODA 정책의 방향성과 과제
1. 한국 ODA 정책의 방향성
본 연구는 한국 ODA의 핵심이념과 목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과 항구적인 평화달성 (Sustainable Development and Enduring Peace)을 위한 원조”를 제시한다. 이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의 원칙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한국 전쟁을 경험하고 분단이라는 안보 위협 상황에서 최빈곤국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를 발판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낸 우리의 경험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면적 개발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 ODA의 비전으로는 열린 국익에 부합하는 상생의 원조가 될 것을 제안하며, 이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경제적 국익보다는 장기적이고 개도국의 발전을 통한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열린 국익’에 기반을 둔 원조를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원칙으로 ‘한국의 ODA’는 1)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는 조화로운 원조; 2)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원조; 3) 수원국으로부터 시작되는 효과적인 원조를 규정해야 한다. 원칙 1은 국제사회의 규범 준수와 조화로운 원조의 두 가지 핵심가치를 담고 있다. 현재 한국 ODA 정책은 한국 경험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강화하고 ‘우리 방식’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어 국제적 논의 동향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을 지적받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논란의 여지를 불식시키고 실질적으로는 원조사업 기획, 선정 및 시행 원칙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원칙 2는 한국의 개발경험/전문성과 효율성의 두 가지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 한국형 ODA의 가치는 상황적 특수성을 배제하더라도 실현가능한 ‘전문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한국의 특성이나 특수성이 현재 우리가 ‘하지 못하거나’ ‘이행하고 싶지 않은’ 규범에 대한 합리화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의 비교우위나 개발경험의 특수성보다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또한 섹터별 접근과 동시에 제도 정립과 인적자원 활용이라는 한국의 강점을 살린 접근법이 필요하다.
또한 비록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고는 하나 그간의 ODA 이행 경험과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분절화 된 현재의 ODA 체계 내에서 정책조율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섹터의 전문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개발사업의 수행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칙 3은 수원국 중심과 효과적 원조의 두 가지 핵심가치를 포함한다. 수원국의 니즈(needs)는 우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원국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한국의 개발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마치 한국이 지나온 여러 단계중 오늘날 수원국이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가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형태의 워싱턴 컨센서스 (Washington Consensus)를 주장하기 쉽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고 수원국의 개발 정책 우선순위와 전략에 맞추어 그들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원조 사업의 성과를 거둠과 동시에 수원국 시스템의 강화를 촉진하는 고품질 (High Quality) 원조를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이념과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가운데 섹터별 우선순위, 중장기 계획, 역량강화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원칙과 이념이 가장 하부단위 사업으로 이어지고 확대될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이념체계 수립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과 이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고취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한국형 ODA는 국제 원조규범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개발경험 특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가 가능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 ODA의 추진전략은 “제도개발, 인프라구축과 인적자원 역량강화를 중심으로 한 총체적 접근”으로 설정하고 기존 ‘한국 개발경험 전수’ 등은 하위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어야 한다. 한국의 발전은 거버넌스, 민주주의, 사회발전, 경제성장 등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진데 반해, 현재 ‘우리 경험의 전수’는 섹터별 유기성과 복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일 정책의 성공사 측면에서 단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도개발과 인적자원 역량강화’의 전략 아래 원조 사업이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2. 정책 과제
(1) 정책문서 또는 공적개발원조 백서 발간
본 연구는 공식 정책서나 백서 발간을 통해 합의와 공유의 과정을 거쳐 정책과 전략 합의를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백서는 특정한 사안 또는 분야에 대한 정책을 설명하는 정부의 공식적인 보고서로 일반적으로 행정부가 법률화를 원하는 사안에 대해 종합적인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알리는 동시에 입법부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Doerr 1971: 183). 정책서 발간 이후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의 원조 철학과 이념이 정책과 전략으로 명확히 연계될 수 있도록, 실제로 원조를 실행하는 차원에서 정부 부처가 원조 목표를 공유하며 일관성 있는 원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상위의 철학과 원칙이 중점과제 또는 국가 선정, 개별 프로젝트의 기획과 집행 등에 이르기까지 실무자들이 직면하는 의사결정이나 수행방식을 가이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국제 규범의 내부화 프로세스 강화
지금까지 국제규범 및 가이드라인에 관한 논의나 연구가 다수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규범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ODA의 목적과 국제규범 준수의 필요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이 해당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국제규범의 내재화 과정에 중요하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관련 기관 및 부처가 논의와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기관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실제 원조 집행과정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KOICA 등 원조기관의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업무 종사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정례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국제 개발협력 규범의 준수와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
1. 연구배경 및 목적
한국은 급속한 경제 ․ 사회적 발전을 바탕으로 최빈곤국에서 공여국으로 변모한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한 세계적 기대에 부응해, 한국이 선진 공여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제 개발협력 규범에 부합하는 동시에 국제 개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향성을 확고히 수립하고 공유해야 한다.
한 조직 및 기구의 명확한 핵심가치의 수립과 공유는 해당 조직의 역할과 책임(정체성), 지속성, 중장기적인 차원의 업무성과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Urde 2003). 핵심가치는 해당 조직에 목표와 방향을 부여하고, 다양한 조직 구성원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가치체계로써 운영과 행동기준, 동기를 제시해 업무 시 직면하는 의사결정과 수행방식을 이끈다 (Kunde 2002). 이렇듯 관련 부처 및 기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한국 개발협력의 이념과 원칙을 공유하고 또 정책과 집행을 통해 이를 실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하나의 통합된 목표와 방향을 향해가는 한 조직으로서의 결속력과 정치적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정책 지속성과 효과성 개선, 정책 지지 기반 확보를 추구할 수 있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체계가 분절화 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ODA 철학 및 원칙, 그 실현방향의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주관부처와 다양한 시행부처 및 기관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한국 ODA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한국형 ODA의 집행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시발점으로 국내 다양한 주체와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우리 ODA 철학과 원칙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2. 연구내용 및 방법
본 연구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는 OECD DAC 주요 공여국의 ODA 철학 및 원칙 정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원조 정책과 추진양식 개발에 대한 사례연구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우리나라 개발협력의 철학 ․ 법률적 기반을 분석한다. 한국 ODA 정책 및 추진양식을 뒷받침하는 원칙과 목표에 대한 합의, 관련 법률적 기반, 개발협력 역사적 배경과 특성, 추진체계 등을 중심으로 한국 개발협력 정책의 배경과 현 위치를 파악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오늘날 국제적 합의와 한국의 상황에 부합하고 비교우위를 강화할 수 있는 개발협력의 원칙과 실현방향을 도출하고자 한다.
문헌연구와 함께 한국의 ODA 철학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체계 도출을 위해 국내 ODA 전문가 심층면접 및 간담회 등을 실시했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국내 개발협력 담당부처, 무 ․ 유상 원조의 주요 집행기관인 KOICA, 수출입은행 EDCF 담당자, 학계, 시민사회 등 폭넓은 국내 ODA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한국 ODA의 철학과 핵심가치를 수립하는데 반영했다.
Ⅱ. 국제개발협력 핵심가치와 환경변화
1. UN과 MDGs
(1) MDGs의 배경
UN의 MDGs는 국제사회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차원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 이전의 개발은 선진국의 가이드나 (70년대 까지) 급진적인 자유화 (80~90년대)를 통한 경제발전으로 수입이 늘어나게 되면 다른 분야의 결핍은 자동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수행되었다. 따라서 개도국 발전을 위해 1960~70년대 인프라구축, 인적자원개발, 산업기반 확충에서 1980년대 경제자유화,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제도개혁이 강조되었다. 이에 반해 MDGs는 빈곤타파와 인간의 웰빙(Well-Being)을 개발의 중심과제로 삼았다. 이는 1980년대를 거쳐 1990년대까지 세계 공적원조의 주요 흐름이었던 ‘거시적 차원의 경제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변화를 상징한다.
2015년을 목표달성 시점으로 하는 MDGs의 8개 분야에 걸친 목표는 각 개발 분야에 대한 목표 (1-7)와 개발주체 관련 목표 (8)로 구성되어 있다. 목표 1-7은 과거에는 개별이슈로 취급되어 왔던 분야별 목표가 개발과 각각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발계획이 수립 및 추진되었다는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파트너십에 관한 목표 8은 개발 사업에서 수원국의 주인의식, 개발주체와 대상 간, 개발주체들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가 개발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개발의 최종 목표 중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빈곤문제 해결에 선진국들의 협력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2) 최상위 규범으로서 MDGs의 의의
국제규범은 다음과 같은 주기를 거쳐 구축 및 확산된다. 출현단계에서는 규범의 주창자가 국제사회에 필요한 행동과 규칙에 관한 새로운 시야를 구축하여 사회 구성원에게 해당 규범의 수용과 준수를 설득한다. 그리고 다수의 행위주체가 규범을 수용하면 단계적으로 확산되어, 해당 규범의 준수의 필요성을 인식한 행위주체가 규범 리더가 되어 제재를 통해 규범의 사회화를 촉진한다. 이 단계에서 해당 규범을 습득하고 수용함으로써 각 행위체는 정통성 또는 귀속의식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고 최후의 단계에서는 행위체가 규범을 정책이나 법률에 도입하여 내부화한다. 따라서 규범에 관한 논쟁이 사라지고 내면적인 제재만으로 규범이 유지된다 (표 1참조).
MDGs가 최상위 규범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정상회의를 통한 정당성 확보와 단순하고 분명한 목표와 그 달성 시한의 제시에 있다. 기존의 UN 선언 대부분이 장관급 회담의 결과였던데 반해, 새천년정상회의는 189개국 정상들이 합의함으로써 최상위 레벨에서의 공약을 바탕으로 2단계 규범의 확산단계에서 정당성이 확보되었다. 뒤이어 이를 OECD DAC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내부화하는 단계를 거침으로써 MDGs가 최상위 규범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MDGs가 최상위 규범으로서 자리 잡은 증거는 ① 빈곤에 대한 다면적인 시각이 1990년대 UN 회의 등을 거치면서 중심주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사회운동 주체들 즉, NGO들의 연대가 이전 기업 주도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성장하여 새로운 주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② OECD DAC 회원국을 비롯한 양자원조 기관들의 새로운 원조패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냉전 종식 이후 개발원조에 대한 지지는 줄어들고 지정학적 목표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나, MDGs 수립 이후 해외원조의 국제개발에 대한 기여 역할을 확인하면서 빈곤과 인간 개별차원의 복지와 삶의 질을 중심으로 하는 빈곤감소 어젠다를 이어갔다.
(3) MDGs에서 SDGs로
MDGs의 목표달성 시점인 2015년이 가까워오자 국제사회는 그 후속 조치로써 SDGs를 논의하고 있다. MDGs가 빈곤의 해결과 개발도상국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SDGs는 환경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에 적용 가능한 개발의제로서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보편성에 대한 지향은 SDGs가 최상위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기 위한 정당성을 마련해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경제 발전과 원조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이는 MDGs의 종료 시점과 더불어 SDGs 논의의 적시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 중국 그리고 세계은행을 포함한 공여국들은 SDGs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특히 인도의 경우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SDGs가 MDGs를 대체할 국제규범으로 자리 잡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SDGs가 MDGs를 대체할 것인지, MDGs의 확장 ․ 보완에 머무를 것인지, SDGs와 MDGs가 섞이지 않은 채 동시에 나란히 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다자적인 합의가 아직 부재하기 때문이다 (Evans and Steven 2012b).
그러나 SDGs가 MDGs를 잇는 후속 국제규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당하다. 리우+20에서 최종적으로 합의된 현재 형태의 SDGs는 MDGs가 폐기되거나 대체되는 형식이 아니라 ‘기본사업이 확대되는 형식’이라 볼 수 있다. MDGs의 기본 원칙들과 성과, 정당성을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SDGs 역시 MDGs의 정당성을 유지하고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SDGs는 모든 UN 회원 국가들과 여러 NGO들이 참가하는 리우+20에서 채택되었고, UNEP의 역할 강화를 통해 SDGs라는 국제규범의 확산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제규범의 확산 단계까지 예비하고 있다. 다만 초안에서 2030년이라는 목표달성 시한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최종 성명에서는 구체적인 시한을 채택하는 데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목표달성 시한과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2. OECD DAC 논의 및 권고 사항
국제규범의 라이프사이클에서 보면 OECD DAC은 규범의 확산을 주도하는 규범리더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MDGs를 통한 빈곤감소라는 최상위 규범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공여국 집단에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행동규범을 제시함으로써 규범의 사회화를 주도한다. 동시에 동료심사를 통해 권고사항을 제시하거나 모델사례를 선정함으로써 평가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향후 논의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통해 규범의 내부화를 촉진한다.
OECD DAC은 규범리더로서 원조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향상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공적개발에 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한다. 2002년 몬테레이 회의를 통해 국제사회는 MDGs 달성을 위한 개발재원의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이에 따라 GNI 대비 0.7%까지 ODA 규모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확대된 개발재원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용과 관리를 위해 원조효과성에 대한 고위급 논의를 이끌었다. 2005년 파리 원조효과성 고위급 회의에서는 파리선언을 채택하여 5개 원조효과성 원칙과 원칙의 실행을 위한 12가지 지표를 설정하고, 회원 공여국과 개도국을 비롯한 다양한 개발주체의 원조 효과성 제고 노력을 독려했다.
이와 함께 OEDC DAC는 원조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원칙으로 정책 일관성을 위한 범정부적 접근 및 원조의 예측가능성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원조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공적개발원조 증여율 향상 및 원조의 비구속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더 나아가 빈곤, 성 평등, 환경, 분쟁과 평화 및 취약국가, 무역, 원조 효과성, 원조의 질, 거버넌스 등을 OECD DAC 권고사항의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김은미 외 2010).
OECD DAC은 규범리더로서의 역할 외에 평가체계로서의 역할도 수행해 왔다. 동료심사를 통해 매 4~5년마다 각 회원국의 원조 정책의 법적기초, 개발협력의 비전, 원조 정책 수립 및 추진 체계, 원조 효과성 및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 개선 노력 및 인지 제고 노력 등을 포함하는 원조 정책 전반의 구조와 방향 등에 대해 평가한다. 이를 통해 각 회원 공여국의 선례를 공유하고, 향후 개선방향을 권고함으로써 규범의 내부화를 촉진하는데 기여해왔다.
3. G20 개발의제 및 부산선언
(1) G20 개발의제
2008년 금융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출범한 G20 정상회의 차원에서도 국제 개발의 논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개발을 주요 의제로 종합적으로 논의하게 됨으로써, 개발 의제가 세계경제 논의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G20 개발 논의 결과 서울 개발 컨센서스와 다년간 개발행동계획이 채택되었고, 이를 통해 G20 개발의제의 기본 추진방향과 6대 기본원칙을 포괄함으로써 향후 G20 차원에서의 개발논의의 방향과 원칙을 제시한다.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다함께 성장하기 위해 개도국 스스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자생력을 기르는 역량 배양을 통한 ‘경제성장’ 달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으로부터의 획일적 접근이 아닌, 자국의 고유한 환경과 수요에 적합한 개발전략을 수립하여 이행하는데 있어서 개도국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개발의 소외, 재원조달 방법 및 구체적 실행계획 부족, 비회원국과의 제한적인 커뮤니케이션 등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국제 경제협력 분야에 있어서의 최상위 회의이자 신흥국을 포괄하는 유일한 논의의 장에서 개발의제를 도입함으로써, 개발협력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었다.
(2) 부산선언
부산총회는 2003년부터 추진되어 오고 있던 원조효과성에 관한 고위급 회담의 최종적이고 종합적인 논의로서, 파리선언과 아크라 행동계획의 이행결과를 종합적으로 점검 및 평가하는 기회가 되었다. 원조 효과성 중심의 국제개발협력 프레임워크가 종료되는 시점에, 부산총회는 원조의 효율적인 집행과 효과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온 논의에서 시각을 넓혀 포괄적인 개발협력의 맥락에서의 원조의 역할과 영향을 모색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공여국 외에도 DAC 비회원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영향력 있는 신흥 공여국, 기업, 재단 등의 민간부문등이 최초로 공식적인 논의 과정에 참여해, 새롭고 포괄적인 개발협력 파트너십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결과 채택된 부산선언은 MDGs 달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새로운 파트너십에 의한 효과적인 국제개발을 위한 공동 원칙과 목표를 강조하였다. 부산총회는 파리선언과 아크라행동계획을 중심으로 한 기존 원조 효과성 핵심원칙을 심화하고 향후에도 공동의 원칙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합의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원조 효과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개발협력 프레임워크로써 “효과적인 개발협력”에 새로운 글로벌 개발 파트너십, 지속가능한 성장과 개발, 포괄적 경제성장, 인권, 양성 평등, 부패감소, 기후변화 재원 발굴 등의 다양한 주제를 “개발” 논의로 포함시켰다.
Ⅲ. 선진 공여국의 ODA 기본가치와 추진체계
1. OECD DAC 회원국 분석
본 장은 OECD DAC 회원국들의 국가개발 정책 및 전략 보고서, 외교 백서, 법률, OECD DAC 동료심사를 포함한 개발협력 관련 주요 문서를 전수 조사하여 각 공여국의 ① ODA 핵심가치와 목표 또는 원칙, ② 이를 뒷받침하는 ODA 정책, 제도 및 추진양식 그리고 ③ 목표와 실제 원조집행과의 일치 여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MDGs 도입 이후 전 OECD DAC 회원국은 국제규범과 국내적 상황 및 가치에 따라 MDGs를 비롯한 빈곤감소 및 지속가능한 개발 달성을 자국의 핵심 원조 목표로 선정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정책, 전략,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제 규범 및 가치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 국내외 환경, 역사, 국내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등이 주요 원조 목표와 핵심 전략에 반영되고 있다. 각국이 추구하는 국내적 가치에 따라 OECD DAC 회원국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첫째로,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선진 공여국으로서의 이미지 구축과 국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인도적 차원의 개발원조 이념을 핵심 가치로 추구하며 사회민주주의 발전을 강조하는 개발협력 정책을 추구해왔다 (JICA 2009). 둘째로, 과거 식민국이었던 벨기에,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는 옛 식민지역에 원조를 집중 지원하고 자국의 역사와 문화 공유를 개발협력의 주요 전략 또는 중점지원국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MFA 2005a; MNE/IPAD 2005). 셋째로, 그리스, 뉴질랜드, 룩셈부르크, 호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빈곤감소와 함께 주변 지역의 평화유지와 경제성장을 원조 제공의 주요 목표로 선정하고 있다. 넷째로, 미국과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글로벌 평화와 번영을 자국의 평화와 번영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시에 외교와 안보, 개발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안보적 차원에서 개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섯째로, 캐나다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며 글로벌 과제해결을 위한 국제 논의에 기여함으로써 자국을 위한 보다 나은 국제적 환경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제개발협력 기본법’에서 빈곤감소를 개도국 발전, 협력 증진과 함께 한국 개발협력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내재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OECD DAC 회원국으로서 높아진 국가 위상에 맞게 개발협력 분야의 국제규범 형성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을 강조하고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적극 수행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다질 것을 표명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캐나다와 같이 자국의 역할 확대를 원조 제공의 주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심층 국가분석
(1) 일본
가. 역사 및 배경
일본은 전후 경제 ․ 사회 재건 성공 경험을 토대로 지난 50여 년간 활발히 국제개발협력 노력에 동참해 왔다. 특히 1980년대 후반 탈냉전기에 접어들면서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선택하면서 일본의 경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국제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외정책의 일환으로써 개발원조를 강화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여국으로 영향력을 펼쳐왔으나,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2000년을 정점으로 원조 규모에 있어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OECD DAC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정책 권고안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방식으로 인해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 ODA 정책방향 변화
일본은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ODA 헌장을 바탕으로 중기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기정책문서, 단기적인 국별 원조계획, 매해 외무성에서 발간하는 개발협력 백서를 수립 및 발표해오고 있다. 1992년 결의된 ODA 헌장이 대대적인 일본 개발원조에 대한 검토 및 평가와 함께 국제사회의 변화를 반영해 2003년 개정되었다. 이와 함께 2010년 발표한 원조 정책서를 바탕으로 일본의 개발원조 정책의 방향 변화를 살펴보면, 개발협력 철학과 목적이 열린 국익의 개념으로 점차 발전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국제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궁극적으로 자국의 안정과 번영을 도모, 더 나아가 개발원조는 더 이상 자선이 아닌 일본을 포함한 세계의 공동이익 추구 방안으로 그 철학과 방향성에 있어 보다 넓고 열린 국익의 개념이 개발, 적용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환경변화와 논의를 반영해 MDGs 달성 등 글로벌 빈곤감소 초점을 강화하고, 인간안보 등 인도주의적 방향을 강조해오고 있다. 한편, 개발협력 접근 방식의 핵심은 경제성장에 있고, 개도국의 자조노력(Self-help)을 강조하는 점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다. 정책집행과의 부합성
이념과 정책의 방향성 변화에 따라 기존의 경제적인 성격의 원조 조건에서 인권, 행정능력 강화, 선거, 민주주의 개선 등 정치 ․ 사회적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했으나, 기본적인 정책 틀 안에서는 실질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정상희 2011). 또한 우선협력 분야인 “평화구축”에 대한 지원은 1997~2008년간 큰 변화 없이 전체 양자원조의 1~2%, 인도적 지원 역시 총 원조의 1~2%에 머물고 있다 (OECD 2010). 이에 OECD DAC은 동료심사를 통해 일본이 개발원조 정책에서 강조해오고 있는 “성장을 통한 빈곤감소”가 실질적으로 원조 프로그램/프로젝트 집행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라. 시사점
일본은 국가 주도적인 개발경험과 정책방향, 체제 개편 이전의 추진체계 등에 있어 OECD DAC 공여국 가운데 우리와 가장 많은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의 개발협력 노력과 추진방향 설정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국제적 논의 동향 및 환경 변화에 따라 국익과 국제적 규범 간의 균형을 도모하며, 정책 및 전략에 반영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노력해왔다. 정책적 제도적 개혁과 개선 노력을 다각도로 병행하며, 특히 자국의 비교우위 분야 (인간안보, 기후변화)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분야의 리더십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와 같은 정책과 전략의 변화가 실질적인 이행의 측면에서의 변화로는 뚜렷이 이어지지 못했다. 이는 실질적인 원조 집행 및 추진양식 등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2) 호주
가. 역사 및 배경
호주는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 문제를 겪고 있는 다수의 취약국들과 인접해있어, 자국의 안보 및 경제성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효과적인 개발원조 정책의 수립과 운영을 통한 국익 도모가 매우 중요한 외교적 이슈로 작용해왔다. 호주 인근 태평양 도서지역은 해외 교역기회 및 기타 공여국들로부터의 개발 지원이 제한적이고 MDGs 달성에 크게 뒤처져 있었다. 호주는 주변 취약국에 대한 집중적인 원조를 통해 평화구축과 거버넌스 개선을 도모해 해당 지역의 개발노력에 크게 기여해왔다.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호주의 지역적 리더십 역할과 성과 역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나. ODA 정책방향 변화
지역 개도국의 안보와 번영에 대한 기여가 자국의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인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호주 개발원조 정책 목표와 방향은 국익과의 연계성이 뚜렷해 왔다. 1997년 외교부 장관의 개발원조 최초 정책성명은 과거 상업적 목표와 이익을 초점으로 한 개발원조의 활용을 지양하고, 빈곤감소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개발원조의 목표와 방향으로 제시함으로써,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2001년 빈곤감소 프레임워크를 수립해 호주 개발원조의 빈곤감소 정책 초점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위기, 평화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적 리더십 강화, 경제정책 및 거버넌스 개선을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호주 정부는 국익과 연계된 자국의 개발협력 이념이 빈곤감소 초점을 약화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인식하게 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논의와 합의의 방향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국의 개발원조 정책의 목표와 원칙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2006년 개발협력 백서에서는 호주의 MDGs 달성 및 개도국 빈곤감소와 지속 가능한 성장 지원 초점을 강화했고, 2011년 새로운 중기 원조 정책서에서는 국가적, 국민적 가치와의 일치, 자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 중견국가로서의 국제체제 수호의 책임 공유를 호주 개발원조의 새로운 철학과 근거로 명시했다.
다. 정책집행과의 부합성
호주의 개발원조 정책과 전략은 실질적인 원조 배분 및 집행에 있어서 크게 일치한다. 호주는 2001년 빈곤감소 프레임워크 수립 이후 MDGs관련 사회부문에 대한 개발원조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오고 있고, 국가 및 지역개발 전략 수립 시 빈곤감소와 MDGs 달성 목표를 통합해오고 있다. 사회부문에 대한 원조 집중은 90년대부터 지속되어 왔지만, 세부 중점 분야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있어, 교육 분야에 대한 원조와 비교해 거버넌스 및 시민사회 활동 지원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06년 개발협력 백서에서 밝힌 효과적인 국가 개발지원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성과 일치한다. 또한 태평양 인근 지역의 평화구축과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집중협력을 중 장기적으로 지속해 1999~2000년 총 ODA의 15%를 차지하던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은 2004~05년 33%로 크게 증대했다 (OECD 2005).
라. 시사점
호주는 주변 취약국의 정치 ․ 경제적 안정과 빈곤감소가 자국의 번영과 직결되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개발원조 정책의 철학과 원칙에 있어 국익과의 연계성이 명확하다. 국익에 대한 초점이 개발협력 본연의 목표와 가치를 약화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규범과 논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빈곤감소 초점을 강화해왔다. 2006년 개발협력 백서를 준비하는 일련의 호주 국내적 논의과정은 원조의 양적확대와 함께 원조의 비구속화, 개발효과성 사무소 개설 등 질적 개선을 위한 원조 정책 개혁을 이끄는 정치적 모멘텀이 되었다(OECD 2009). 호주는 개발협력에 대한 범정부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 시작해 관련 부처 및 공공기관 간의 협력체제를 구성하고 MDGs에 대한 이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개발원조 정책의 철학과 근거를 자국의 국가적 가치이자 국제 시민의식의 발현으로 확장해 오고 있다.
(3) 덴마크와 노르딕국가
가. 역사 및 배경
OECD DAC 회원국 중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과 같은 노르딕국가는 대표적 선진 공여국으로 손꼽힌다. 덴마크를 비롯한 이들 노르딕국가는 경제규모, 인구 및 국토 등의 면에서 소규모 국가들로, 1970~80년대 소련 및 동유럽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서구화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원조 예산을 대폭 증대하였다. 또한, 이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캠페인을 벌이며 개도국의 빈곤퇴치가 선진국의 의무이며 개도국과의 협력은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유익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갔다. 노르딕 국가들은 원조를 통해 자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개발협력 분야에 적극 참여하며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나. ODA 정책방향 변화
덴마크는 노르딕국가 중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국가로 분류되어 왔었다. 이는 원조를 지원하기 시작한 1950~60년대 급속히 원조 규모를 증대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지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OECD DAC 권고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 논의 및 정책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국내 원조 정책의 방향 또한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화를 유도해 왔다. 덴마크는 급진적 변화보다는 지속적으로 빈곤감소와 원조효과성 향상 논의를 주도하고 정책을 개발하며 덴마크 원조 방향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다. 정책집행과의 부합성
덴마크는 법령을 포함한 정책서, 전략서를 통해 주요 목표와 집중분야, 중점 지원국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원조 배분 및 집행에 있어서도 일치를 나타내고 있다. 집중 분야의 경우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강조하는 다른 노르딕국가와 같이 민주주의, 교육, 환경, 보건, 거버넌스 등 사회 인프라 및 서비스 분야에 원조 지원 비중이 높았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 소득 수준별로는 최빈국에 원조가 집중 지원되었다.
라. 시사점
덴마크는 국내지지 기반을 확대해 나가며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적 ․ 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또한 덴마크 정부는 정부의 원조 목표와 구체적 행동방안을 명시한 정책 문서를 통해 원조 운용 및 정책의 일관성을 도모함은 물론 국민의 이해를 돕고 국내 지지층을 강화하는 주요 정책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였다. 특히, 국내 ․ 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OECD DAC의 권고와 선진 공여국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덴마크 원조 방향을 경제적 이익 추구에서 빈곤감소와 원조효과성 향상과 같은 국제규범으로 맞추어 나가며 국제사회에서 리더십 또한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덴마크 사례는 국민과 정부의 합의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원조 정책을 집행해온 측면에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덴마크가 국내 지지층을 강화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원조목표와 구체적 행동방안을 명시한 정책 문서를 발표하고 이를 원조 운용 및 정책의 일관성을 도모함은 물론 국민의 이해를 돕는 정책 수단으로 사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덴마크의 확고한 국내 지지기반은 다양한 캠페인을 비롯한 국가차원의 적극적 전략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으로 한국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의 ODA 인식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실행되어야 하겠다.
Ⅳ. 한국 ODA 특성
1. 한국 ODA의 현황
(1) 일반현황
2011년 한국 ODA 규모는 US$13.2억으로 전년대비 약 12.5% 증가하였으며, 이는 지난 2002년 US$2.79억에 비해 지난 10년간 4배 이상 증가한 기록이다. 그러나 ODA/GNI 비율은 2002년 0.05%에 비해서는 증대했고 2006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2010년과 동일한 수준인 0.12% 수준을 기록하여 한국의 경제성장과 속도차를 보이고 있다. 심층면접 결과, MDGs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여 각국의 GNI 대비 0.7%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부부처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한국 ODA 규모는 최근 OECD DAC 회원국 중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 예산중에서도 가장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항목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증가가 국제 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적 인식수준 개선 속도와 발맞추어 가지 못한다면, 중장기적 차원의 국민적 정책 기반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상원조 실제 집행금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여 2006년 기준 3배 이상 증가했다. 유상원조는 수원국의 공여국 의존도를 높여 자립을 저해하고 원조로 인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무상원조 확대를 통한 양적 성장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국제적 평가현황
OECD DAC 가입을 계기로 한국의 개발협력 분야에 국제사회의 규범과 개별국가의 이행사항을 평가하는 다양한 기제들이 소개되었다. 2008년 OECD DAC 가입이전 특별 심사에서는 무 ․ 유상 원조의 이원화, 정책을 총괄하는 단일 기관의 조정 기능부족, 여러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체적인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여 사업을 집행하고 시민사회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양적확대와 함께 크게 ① ODA 집행체계의 분절 개선; ② 통합된 대외원조전략의 수립; ③ 시민사회와의 협력체계 강화를 권고했다. 심층면접결과, OECD DAC 가이드라인이 준수 및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각 부처별로 그 준수 범위 및 필요 정도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행부처 및 기관의 경우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시행부처 차원에서의 외교 및 경제적 목표를 초점으로 하는 원조사업의 경우에는 국제적 규범과 한국 정부의 원조 정책의 비전과 목표 등의 준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적 상황에 맞는 OECD DAC 정책 가이드라인의 준수 정도에 대한 정부차원의 결정과 합의가 필요하고, 사업시행 시 활용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정책 권고에 대한 이해를 제고해야 한다.
2011년 발표된 QuODA는 파리선언의 원조효과성 논의에 따라 각국 및 주요 국제기구가 집행하고 있는 원조의 질을 ① 효율성의 극대화; ② 수원국 부담완화; ③ 제도 조성; ④ 투명성과 학습의 분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QuODA의 평가 기준과 항목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조의 질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 자체가 새로운 원조 논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2. 한국 ODA의 법적 기반 및 철학
한국 ODA의 법적 기반은 1963년 국제금융기구에의 가입조치에 관한 법률로 시작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1986년 ‘대외경제협력기금법’과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법’이 제정되면서 무 ․ 유상 ODA 집행의 법적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국제협력 및 경제협력의 분야가 다양해짐에 따라 ODA 자원의 영역별 분배문제가 발생하고 특히 1995년 이후 정보통신분야의 해외진출 및 지방자치제도의 시행에 따라 다양한 기관들이 ODA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별 법률은 전체 ODA의 이념․철학과 핵심가치에 대한 언급보다는 사업 대상으로서 개발도상국과 그 발전으로 법률을 규정하고 있어 그 목적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제개발협력 기본법 (2010)은 한국 ODA 이념 ․ 철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추진체계와 그 업무범위에 대한 규정에 집중했고,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 (2010)은 추진방식과 전략, 향후 방향성을 사업단위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전략서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에 나타난 국제개발협력의 목표가 국제적 규범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적 국익’이 명문화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한국 ODA의 철학과 이념부재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정부 스스로가 ODA를 국제개발협력의 한 부분으로 규정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이를 동일시하는데서 시작되며, ODA의 이념 ․ 철학 역시 “한국의 ODA”와 “한국형 ODA”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개념적 혼란이 야기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시행기관인 KOICA와 EDCF 역시 이러한 혼재를 해결하고 “개발”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목표를 적시할 필요가 있다.
3. 한국 ODA 발전방향에 대한 국내 논의 동향
1) 한국 ODA 목적
한국 ODA 목적을 논의하는 대다수의 기존 연구들은 장기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국익 및 인도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측면과 단기적이고 가시적 이익에 중점을 두는 현실주의적 측면이 양립해온 가운데 점차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연구들은 국내외 환경과 한국의 특수성을 중심으로 한국 ODA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개발협력 분야의 국제적 논의 및 규범을 국내 정책으로 흡수하고 내재화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OECD DAC 회원국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원칙 및 규범 준수는 필수적이며 이제 한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국제 규범 설정에 참여하며 논의를 이끌어 나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는 국익과 공익, 국내적으로 지향하는 가치와 국제적으로 합의를 이룬 가치를 ODA를 통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를 중심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2) 한국 ODA 비교우위
한국 ODA의 비교 우위에 대한 연구는 한국 ODA 목적에 대한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다수의 연구에서 한국의 과거 개발 경험에 기반을둔 경제적, 기술적, 제도적 노하우와 경험 전수 또는 현재 한국의 국가 경쟁력 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인적 자원 개발 및 정보 통신 분야에 기반을 두어 한국 ODA 비교 우위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공여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공여국 중심의 사고로, 현재 국제 규범이 지향하는 수원국의 필요와 상황을 먼저 고려한 ODA와는 상이하다. 따라서 수원국의 상황을 고려하고 수원국의 개발우선순위에 기반을 둔 한국 ODA 비교우위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V. 결론: 한국 ODA 정책의 방향성과 과제
1. 한국 ODA 정책의 방향성
본 연구는 한국 ODA의 핵심이념과 목적으로 “지속가능한 개발과 항구적인 평화달성 (Sustainable Development and Enduring Peace)을 위한 원조”를 제시한다. 이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의 원칙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한국 전쟁을 경험하고 분단이라는 안보 위협 상황에서 최빈곤국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의 원조를 발판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낸 우리의 경험을 담고 있다. 또한 현재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면적 개발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 ODA의 비전으로는 열린 국익에 부합하는 상생의 원조가 될 것을 제안하며, 이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경제적 국익보다는 장기적이고 개도국의 발전을 통한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열린 국익’에 기반을 둔 원조를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원칙으로 ‘한국의 ODA’는 1)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는 조화로운 원조; 2)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원조; 3) 수원국으로부터 시작되는 효과적인 원조를 규정해야 한다. 원칙 1은 국제사회의 규범 준수와 조화로운 원조의 두 가지 핵심가치를 담고 있다. 현재 한국 ODA 정책은 한국 경험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강화하고 ‘우리 방식’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어 국제적 논의 동향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을 지적받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논란의 여지를 불식시키고 실질적으로는 원조사업 기획, 선정 및 시행 원칙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원칙 2는 한국의 개발경험/전문성과 효율성의 두 가지 핵심 가치를 담고 있다. 한국형 ODA의 가치는 상황적 특수성을 배제하더라도 실현가능한 ‘전문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한국의 특성이나 특수성이 현재 우리가 ‘하지 못하거나’ ‘이행하고 싶지 않은’ 규범에 대한 합리화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의 비교우위나 개발경험의 특수성보다는 전문성을 강조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또한 섹터별 접근과 동시에 제도 정립과 인적자원 활용이라는 한국의 강점을 살린 접근법이 필요하다.
또한 비록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고는 하나 그간의 ODA 이행 경험과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분절화 된 현재의 ODA 체계 내에서 정책조율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섹터의 전문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개발사업의 수행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칙 3은 수원국 중심과 효과적 원조의 두 가지 핵심가치를 포함한다. 수원국의 니즈(needs)는 우리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원국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한국의 개발경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마치 한국이 지나온 여러 단계중 오늘날 수원국이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가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형태의 워싱턴 컨센서스 (Washington Consensus)를 주장하기 쉽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고 수원국의 개발 정책 우선순위와 전략에 맞추어 그들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원조 사업의 성과를 거둠과 동시에 수원국 시스템의 강화를 촉진하는 고품질 (High Quality) 원조를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이념과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가운데 섹터별 우선순위, 중장기 계획, 역량강화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원칙과 이념이 가장 하부단위 사업으로 이어지고 확대될 수 있는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이념체계 수립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과 이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고취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한국형 ODA는 국제 원조규범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개발경험 특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화가 가능한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 ODA의 추진전략은 “제도개발, 인프라구축과 인적자원 역량강화를 중심으로 한 총체적 접근”으로 설정하고 기존 ‘한국 개발경험 전수’ 등은 하위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어야 한다. 한국의 발전은 거버넌스, 민주주의, 사회발전, 경제성장 등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진데 반해, 현재 ‘우리 경험의 전수’는 섹터별 유기성과 복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일 정책의 성공사 측면에서 단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도개발과 인적자원 역량강화’의 전략 아래 원조 사업이 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2. 정책 과제
(1) 정책문서 또는 공적개발원조 백서 발간
본 연구는 공식 정책서나 백서 발간을 통해 합의와 공유의 과정을 거쳐 정책과 전략 합의를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백서는 특정한 사안 또는 분야에 대한 정책을 설명하는 정부의 공식적인 보고서로 일반적으로 행정부가 법률화를 원하는 사안에 대해 종합적인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알리는 동시에 입법부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Doerr 1971: 183). 정책서 발간 이후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이드라인과 매뉴얼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의 원조 철학과 이념이 정책과 전략으로 명확히 연계될 수 있도록, 실제로 원조를 실행하는 차원에서 정부 부처가 원조 목표를 공유하며 일관성 있는 원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상위의 철학과 원칙이 중점과제 또는 국가 선정, 개별 프로젝트의 기획과 집행 등에 이르기까지 실무자들이 직면하는 의사결정이나 수행방식을 가이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국제 규범의 내부화 프로세스 강화
지금까지 국제규범 및 가이드라인에 관한 논의나 연구가 다수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규범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ODA의 목적과 국제규범 준수의 필요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이 해당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국제규범의 내재화 과정에 중요하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관련 기관 및 부처가 논의와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기관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실제 원조 집행과정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KOICA 등 원조기관의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업무 종사자에 대한 지속적이고 정례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국제 개발협력 규범의 준수와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