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I. 서론

1. 연구배경 및 목적

한국은 2010년 OECD DAC 가입을 계기로, 국제개발협력의 선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오고 있다. ODA 규모의 지속적 확대, 법적 기반 마련, 정책 및 제도적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ODA 정책 및 집행체계가 분절화 된 현 상황에서 통일된 비전과 목표의 공유를 위한 체계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OECD 2012). 범정부적 차원의 공동의 목표와 방향성이 정립되지 않고서는 한국 ODA의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국제사회의 빈곤퇴치 및 평화달성노력에 대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 한국 ODA의 목표와 비전을 국민과 국제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한국 ODA의 방향과 노력에 대한 국민 인지제고를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적 정책지지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ODA 백서 수립을 통해 한국 ODA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기반으로 관계 부처 및 기관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개발협력에 대한 오늘날의 정치적 모멘텀을 강화할 것을 제안한다. 동시에 세계 빈곤퇴치를 위한 한국 ODA 정책방향과 전략을 대내외적으로 공유함으로써, 한국의 향후 목표와 역할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본 연구는 한국 ODA의 선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한국 ODA 백서의 수립을 위한 방향과 수립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 ODA 백서에 대한 국제적 논의와 OECD DAC 선진 공여국들의 현황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한국 실정에 부합하면서도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ODA 백서 발간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연구내용 및 방법

본 연구는 정책백서의 정의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백서의 역할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파악하였다. 그리고 OECD DAC 전 회원국의 ODA 백서 발간의 목적과 배경, 양식, 주요 내용과 기조변화, 수립 및 활용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전수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ODA 백서 수립과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를 선정하여 사전 문헌연구와 함께 현장 방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주요 선진 공여국에 대한 심층 사례연구를 통해 백서 수립의 배경 및 목적, 양식, 시행체계를 파악하고, 주요 선진 공여국들의 경험으로부터 한국에 제시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또한 한국의 ODA 정책 및 추진양식을 뒷받침하는 관련 법률ㆍ제도적 기반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실시함으로써, 향후 한국의 ODA 백서 수립의 방향성과 양식 및 활용 방안을 도출하였다.

3. 백서의 정의 및 기능

백서를 비롯한 다양한 정부 문서들의 기능과 목적은 영국의 민주주의 전통과 그 발전과정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백서가 처음 발간된 19세기 말은 여전히 “청서 (Blue Book)”의 시대로, 백서는 정책에 대한 행정부의 간략한 문서로서 기능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국제 정세의 변화와 정부 구조의 복잡화로 인해 부처 간, 의회 내 위원회 간 공통의 관심사가 증대함에 따라, 이를 반영하면서도 지나치게 복잡하고 분량이 많은 청서에 반해 백서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백서는 정부 각 부처가 소관사항에 대해서 제출하는 실태 보고서로서 최고 권위의 정부 보고서이다. 백서는 정부가 정치, 외교, 경제 등의 각 분야에 대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여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수립된다. 즉, 청서가 특정 이슈에 대한 의회에 대한 종합보고서라면, 백서는 특정 이슈, 분야에 대한 정부 전체의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하는 보고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백서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보고서이며 “변경이 불가능한 정책적 약속이라기보다는 참여 민주주의의 도구”로서 (Doerr 1971:192), 정부 “정책을 공식화함과 동시에 그 정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창구로서의 이중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백서 (Pemberton 1969). , 녹서, 청서 등을 통해 정책에 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의회와 국민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보 교환과 분석을 촉진할 수 있다 (Doerr 1981: 153).

II. OECD DAC 회원국의 ODA 백서수립 현황

1. 정책비전과 목표에 대한 OECD DAC 권고사항

OECD DAC은 동료심사를 통해 4-5년마다 정기적으로 각 회원국들의 개발협력 정책과 체계를 검토하고, 회원국들의 경험과 우수사례의 공유와 지속적인 정책 개선을 위한 제언을 제공해오고 있다. OECD DAC은 동료심사를 통해 각 회원국이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논의와 가이드에 발맞추어, 명확하고 지속적인 비전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OECD 2013). 개발원조 정책이 기타 다양한 외교정책 내에서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 부처 및 집행기관, 시민사회 등 국내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이 공통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최고위급 차원의 강력한 의지와 공약이 해당 비전과 목표를 지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OECD DAC은 회원국들이 범정부적 차원의 비전과 목표에 따라 중점협력 지역과 분야를 선정해 개발협력을 계획 및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비전과 정책 목표에 근거한 기준에 따라 제한적인 개발재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조와 개발 효과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원국 개발협력활동의 책임성과 예측성을 강화하고, 협력국가 및 국제기구와의 상호책임성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2. OECD DAC 회원국의 ODA 백서 수립 현황

OECD DAC 회원국 가운데, 외교백서가 아닌 ODA 백서를 별도로 수립해 활용해오고 있는 국가는 노르웨이, 독일, 미국, 아일랜드,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8개국이다. 노르웨이를 제외한 북유럽 국가들과 9개 국가들은 별도의 ODA 백서를 수립하지 않고, ODA정책서를 통해 각국의 ODA 정책 목표와 전략을 명시하고 있다.

ODA 백서를 수립한 국가들의 경우, 백서 수립 배경과 목표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로, 노르웨이, 영국, 아일랜드, 호주, 독일 2차 백서의 경우, 범정부적 차원의 종합적이고 뚜렷한 개발원조 정책 및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백서가 마련되었다. 영국, 아일랜드, 호주와 같이 개발원조 정책 관련 제도 개혁 또는 ODA 규모 증대공약이 범정부적 차원의 전략 강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노르웨이의 경우는 다양한 개발 이슈에 대한 자국 개발원조 정책 초점을 강화하고자 한다. 둘째로, 캐나다, 일본, 독일의 1차 백서의 경우, 자국의 개발원조 정책과 방향에 대한 자국민의 인지 제고를 백서수립의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개발원조 백서는 여타 국가들의 개발원조 백서와 달리 비공식적 정부 문서로서 원조 정책과 안보, 외교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국내 다양한 관련 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의 원활한 논의와 의견 공유 기회를 마련하고자 발간되었다.

III. 주요 선진공여국 심층사례 분석

1. 영국

(1) 백서 수립 배경 및 목적
1997년 집권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원조 효과성과 효율성 개선을 위해 전반적인 개발협력 제도 및 정책 개혁을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영국 개발협력 정책의 새로운 목표와 원칙을 천명하고 입법화 추진을 위하여 첫 개발협력 백서인 “1997 세계 빈곤 퇴치: 21C 과제 (Eliminating World Poverty: A Challenge for the 21st Century)”를 발간하였다. 이후 2009년까지 총 4개 백서를 발간하였다. 백서는 영국의 최상위 차원의 공식적인 정부 문서로서 영국 개발협력 백서는 입법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로서 국민과 의회에 정부의 전반적 개발협력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한다.

(2) 백서의 수립 체계
영국 개발원조 백서는 입법을 위한 자료로서 국제개발부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DFID) 주도로 여러 관련 부처, 시민사회, 일반 대중과의 토론을 거쳐 수립되며, 이를 국제개발장관 (Secretary of State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이 의회에 직접 발표한 이후 입법화가 이루어진다. 백서 수립을 위해 DFID는 백서 전담팀 (White Paper Team)을 구성하여 부처 간 조율과 컨설팅을 포함한 백서 전반을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해당 전담팀은 백서 발간에 앞서 대대적이고 집중적인 자문 (Consulting) 과정을 주도하게 된다. 공개자문 (Public Consultation)은 백서를 포함한 정책서 발간에 앞서 정책 수립을 위한 주요 자원 (Input)으로 활용되며 정책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공개자문 전 과정은 해당 웹사이트를 통해 약 3개월 동안 이루어지며, 백서 전담팀이 직접 취합·분류·분석하여 그 결과를 백서 집필 시 반영한다.

(3) 백서의 구성 및 내용
영국의 개발협력 백서는 빈곤퇴치를 비롯한 UN, EU, OECD DAC 등 국제사회의 공약이 국내 정책으로 반영되고 법률로 규정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정부가 주요 정책과 공약을 국민과 의회에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백서는 최소의 핵심 공약에 집중한다. 영국의 개발협력 백서는 글로벌 과제 및 이슈와 영국과의 연관성을 합리적으로 소개하고 이들 주제에 대한 구체적 지원 목표 및 협력 방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1997년 처음 발간된 이후, 국제 개발협력 환경 변화에 발맞춰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영국의 개발협력 전략 및 접근을 제시함으로써, 원조를 넘어 새로운 글로벌 과제를 아우르며 영국은 물론 세계 개발협력 정책 프레임워크를 포괄적으로 넓히는데 기여해 왔다 (OECD 2010).

(4) 백서의 역할 및 기능
영국의 개발협력 백서는 새로운 글로벌 과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국제사회에서도 영국이 ODA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데 기여해 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백서는 입법을 목적으로 영국 국민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백서를 통해 개발협력이 글로벌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미래 새로운 파트너, 시장으로서 개도국의 발전이 국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줌으로써 개발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내부 지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영국은 관련 부처와 국민이 백서 수립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여 궁극적으로 국민과 정부가 정책 결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모함으로써 입법과 인지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백서의 좋은 예가 된다.

2. 일본

(1) 백서 수립 배경 및 목적
일본은 1990년대 후반 각종 부정부패와 관련한 정치적 스캔들과 불황을 겪으면서 정부구조조정과 함께 ODA 사업과 정책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지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1994년 일본 ODA 연보는 일본 ODA 40년의 활동을 정리하고 21세기를 준비하는 내용으로 ODA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발간되었다. 2000년 이후 “일본 ODA 연간보고서”는 “ODA 백서”로 이름을 바꾸어 발간되었으며 2002년 ODA 헌장을 개정하면서 ODA Charter 제5조에 정부는 “공적개발원조 (ODA) 백서”를 매년 발간하여 내각에 보고할 의무를 짐을 명기하여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후 회계연도의 끝인 매년 3월을 전후하여 발간되고 있다.

(2) 백서의 수립 체계
ODA 헌장은 법률로서의 구속력이 있는 규정은 아니나 ODA 활동에 관련이 있는 모든 부처와 하부 기관 등에게 정책 및 구조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중요한 법률적 근거가 된다. ODA 헌장은 외무장관을 일본의 ODA 정책의 총괄조정자로 명시하고 (ODA Charter 3-1-2), ODA 백서를 매년 수립해 내각에 보고하도록 규정함으로써 (ODA
Charter 5), 백서 수립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일본의 ODA 백서는 외무성이 외부적 검토과정 없이 단독으로 작성하고 정부 내의 회람을 거쳐 내각에 보고 직후 출판하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ODA 헌장에 백서 수립의 주체와 보고 대상, 주기를 명기함으로써 불필요한 혼선을 막고, 정치적인 상황이나 외부적인 이유로 인한 발간의 지연 또는 취소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3) 백서의 구성 및 내용
일본의 ODA 백서는 국민의 인식제고와 이를 통한 지지기반 확보를 목적으로 발간된다 따라서 고등학생 독자가 이해할 . 수 있는 정도의 쉬운 언어로 집필되어 있으며, 사진자료와 표/그래프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독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또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정보나 정책에 대한 논의 보다는 단순한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한 정부 정책의 설명이나 현재 국제사회의 동향과 이에 대한 일본의 입장, 그리고 일본의 내부적인 상황과 ODA 정책을 연계한 ODA 활동의 당위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4) 백서의 역할 및 기능
일본 ODA 백서는 국민의 이해증진과 지지기반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 발간되고 있다. 외무성과 JICA 임원과의 면접조사 중에도 백서의 주요 기능은 정책을 수립하거나 새로운 중점분야를 공포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ODA 정책은 오히려 외교청서에 삽입된 ODA 관련 내용이 간략하고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으며, 백서 안에서는 분량에 비해 새로운 정책이나 비전을 포함하지는 않았다. 특히, 일본의 ODA 백서는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정부 정책의 메시지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와 단어를 선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ODA 백서는 구성이나 기술방식 면에서 대국민 인지제고와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백서의 대표적인 예로 시사점을 주고 있다.

3. 아일랜드

(1) 백서 수립 배경 및 목적
아일랜드 원조 백서는 국내외 경제침체 속에서 원조 효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보다 명확한 개발협력 정책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수립되었다. 해외원조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 역시 백서 수립의 중요한 목적으로 제시되었다. 아일랜드 백서 발간과정은 정부와 국민, 협력 국가, 관련 기관들과의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또한 국내외 경제침체 속에서 변함없는 국민적 지지를 확인함으로써 개발협력 정책의 지지 기반을 견고히 하고 새로운 정책 개발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2) 백서의 수립 체계
아일랜드 원조 백서는 외교무역부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의 주도로 발간된다 아일랜드 Irish Aid . 원조 백서는 관련 정부 부처 간 논의와 협상뿐만 아니라 약 1년여에 걸친 집약적인 공개자문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로서 대중, 정부, 파트너 국가와의 소통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다. 따라서 아일랜드의 원조 정책과 중점협력 분야, 주요 수원국 등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여러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문을 실시했다. 특히 2011년 수립된 새 정부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파악하여, 아일랜드 개발원조 정책의 비전과 방향성을 찾고 새로운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 정부 주요 과제로서 2006년 발간된 아일랜드 원조 백서의 검토 및 평가를 계획하였다. 백서 집필 작업은 부처 간 초안 검토 프로세스와 “부처 간 협의위원회”를 통해 관련부처들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실용적이고 실무적으로 접근하여 백서 작업에 정치적인 고려가 반영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개자문을 비롯한 검토 및 평가 과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계 전문가와 관련 전문가 5인으로 이루어진 “Irish Aid 전문가 자문단 그룹 (Irish Aid Expert Advisory Group)”을 구성하고 있다.

(3) 백서의 구성 및 내용
아일랜드 첫 번째 원조백서로서 2006 백서가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아일랜드 원조에 대한 종합문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반면, 2013년 5월에 발간된 개발 정책서는 정책 및 접근법에 있어서 아일랜드가 중점을 두고 있는 3개의 원조 목표와 6개의 중점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체 36페이지의 짧은 문서로 간소화되어 발간되었다. 이는 정책의 명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원조 정책에 대한 인지제고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4) 백서의 역할 및 기능
OECD DAC은 2009년 아일랜드 동료심사를 통해 2006년 백서가 빈곤퇴치를 비롯한 아일랜드의 포괄적인 개발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는 미래지향적인 백서의 좋은 예가 된다고 평가하였다 (OECD 2009). 아일랜드의 경우처럼 백서는 강력한 대국민 설득 기제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아일랜드 백서의 내용 분석을 통해 아일랜드의 개발원조 필요성과 함께 원조가 아일랜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아일랜드와 국제사회의 미래를 위해 원조가 현명한 선택이라는 인식전환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민 사회와 개발 파트너 . , 정부 내 활발한 토론 과정을 통해 발간된 아일랜드 백서는 명확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려는 백서의 좋은 예가 될 뿐만 아니라 백서 발간 전 후 실시되는 공개 자문과 백서 검토 및 평가 과정은 국민의 인식제고 및 정책 일관성 향상의 효과가 있는 만큼 인식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백서에도 시사점을 준다.

4. 호주

(1) 백서 수립 배경 및 목표
호주의 경우, 국제개발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높아진 국민적 인식을 기반으로 매년 원조가 증대되는 가운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원조 운용을 위한 중장기적 차원의 ODA 정책프레임워크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결과, 호주 최초의 개발원조 백서 “호주 원조:성장과 안정을 도모 (Australian Aid: Promoting Growth and Stability)”가 2006년 발간되었다. 첫 개발원조 백서를 통해 MDGs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발맞추어 향후 10년 호주 개발원조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갈 포괄적인 정책 프레임워크를 수립했다. 그러나 2007년 말 정권교체로 인해 호주 정부의 조직개편이 단행되고 호주 개발원조백서의 정책 프레임워크로서의 기능도 변화를 맞게 되었다. 2011년 7월 호주 정부는 새로운 호주 원조정책서 “호주의 효과적인 원조 프로그램 - 진정한 변화와 실질적인 성과(An Effective Aid Program for Australia: Making A Real Difference—Delivering Real Results)”를 수립했다. 새로운 정책서는 증가하는 호주 개발원조의 보다 효율적인 운용과 빈곤극복에 대한 정책 초점을 강화하며, 2006년 백서를 대체해 현재 호주 대외원조 정책 프레임워크로서 기능하고 있다.

(2) 백서의 수립 체계
호주 개발원조 백서 수립은 호주 개발협력기구 AusAID가 총괄 및 조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06년 백서 수립을 앞두고, AusAID는 2005년 외부 학계 전문가들에게 백서를 위한 연구 및 정책제언 보고서 (Core Group Recommendations Report)를 의뢰했다. 해당 보고서는 중점협력국, HIV/AIDS, 국내 커뮤니티 참여방법 등 6개 주제에 대한 개별적인 보고서와 함께 향후 호주 개발원조 정책 수립을 위한 분석과 정책제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년간 외무부 정무차관이 주관하는 1 수차례의 회의와 국내외 기관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포괄적이며 전략적인 원조정책 수립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학계 및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개최해, 호주 개발협력의 성과와 경험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국내외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이 참여한 논의를 바탕으로 호주 정부는 2006년 개발원조 백서를 수립했다.

(3) 백서의 구성 및 내용
2006년 개발원조 백서에서 호주 ODA는 자국의 국익과 합치하는 방향에서 개도국의 빈곤감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근본적인 목표임을 명시하고 있다. 변화하는 국제 개발협력 환경과 이에 따른 호주 해외원조의 장기적 목표와 전략,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중점협력 지역 및 분야 등을 제시한다. 2011년 발표된 호주의 새로운 개발원조정책 역시 빈곤감소와 MDGs 달성을 핵심 목표로 명시하며, 이를 위한 원조 효과성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점협력은 유지하며, MDGs 달성을 위해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2006년 백서를 통해 수립한 개발원조정책의 기본적인 방향과 목표는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새로운 정책서는 식량위기, 기후변화와 위기 대응 등의 글로벌 과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부각시켰다. OECD DAC은 2013년 동료심사를 통해 이를 긍정적이고 시의적절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OECD 2013).

(4) 백서의 역할 및 기능
2008년 OECD DAC 호주 동료심사는 해당 백서와 백서수립을 위한 일련의 준비과정은 원조 규모의 증대와 함께 원조정책 개혁에 있어 중요한 모멘텀을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OECD 2008). 그리고 정치적 모멘텀은 원조의 비구속화 결정과 2006년 4월 원조 정책의 개발성과와 효과성 평가를 위한 독립적인 평가조직 (Office of Development Effectiveness, ODE)의 창설로 이어졌다. 이는 고위급 차원에서의 강력한 정치적 모멘텀이 정책의 수립 및 이행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함을 입증한다. 그러나 향후 년간의 호주 정부의 장기적 10 원조정책을 아우르는 프레임워크로 개발되었던 2006 백서는 정권 교체로 인해 2011년 새로운 정책서로 대체되었다. 다행히 새로이 취임한 총리가 국제 개발협력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로서, 이전의 원조예산 증액 공약을 지속하는 등 정책의 큰 방향과 목표는 유지되었다 하더라도, 정책백서가 정권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호주사례를 통해서 볼 수 있다.

5. 미국

(1) 백서 수립 배경 및 목적
2004년 미국 국제개발처 (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는 원조 백서 “미국 해외원조: 21세기 과제와 대응 (US Foreign Aid: Meeting the Challenges of the Twenty-first Century)”을 비공식 정부문서로 발간하였다. 9/11 이후 2002년부터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개발”을 포괄함에 따라, 외교, 국방, 개발이 국가 정책의 주요 축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이들 간의 연계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미국 원조의 효과성, 정책의 일관성 제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원조 백서를 수립하게 되었다. 미국의 원조 백서는 미국 원조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자국의 안보 향상을 도모하는 원조 정책의 기본 원칙과 전략적 목표 수립, 미국 원조의 개혁에 앞서 국내 다양한 관련 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에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논의를 확대해 나갈 목적으로 발간되었다.

(2) 백서의 수립 체계
USAID는 국무부와 공동전략계획 (Joint Strategic Plan)을 세워 외교정책과 개발목표 조율을 도모하고 공동관리위원회 (Joint Management Council)와 공동정책 위원회(Joint Policy Council)를 마련하여 정책 간 행정적․정책적 일관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그러나 미국의 원조백서는 논의 활성화를 위한 비공식 정부 문서이므로 USAID의 정책계획조정국 (Bureau for Policy and Program Coordination, PPC) 주도로 발간된다.

(3) 백서의 구성 및 내용
미국 원조백서는 미국의 주요 개발과제, 기본원칙과 전략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 질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미국 원조의 역할의 변화와 함께 현 국내외 상황에 대한 배경 설명, 정책 분석 및 그동안 제기되어온 문제점을 제시한다. 또한 원조를 포함한 미국의 포괄적 외교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문서인 ‘공동전략계획’과 원조효과성 제고를 바탕으로 백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목표 간의 비교를 통해 현 정책 및 전략과의 연계성 ․호환성 측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특히 백서를 준비하는 가운데 제기된 토론 주제 및 중점 사항들을 따로 부록으로 정리하고 있어 토론의 목적과 어젠다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함으로서 원활한 토론을 가능하게 한다.

(4) 백서의 역할 및 기능
미국 원조 백서는 비공식 문서이기 때문에 백서의 필요성과 그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원조 백서는 공식 정책서가 아닌 원조와 개발에 관한 배경 보고서 (Background Paper)이자 분석 보고서로서 백서를 통해 논의가 활성화되고 논의 결과가 공식 정책 및 전략서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백서가 미국의 공식 정부 문서인 정책서 (Policy), 전략서 (Strategy)와 불필요한 논란 또는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의 원조 백서는 최상위 정부 문서에 해당하는 다른 국가의 백서와는 역할과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새로운 정책과 전략의 수립에 앞서 현 상황을 점검하고 정책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논의 주도를 목적으로 하는 문서로서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6. 독일

(1) 백서 수립 배경 및 목표
공식적으로 독일에서 발간된 첫 번째 “백서”는 2008년 “하나의 세계로 (Towards One World)”이다. 그러나 이는 “13차 독일 개발정책서 (The German Government’s 13th Development Policy Report)”로 “개발백서 (Development Policy White Paper)”가 부제 형식으로 달려있어 개발정책서가 실질적으로 백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그 처음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등 정책서 발간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행정부가 의회에 보고의 의무를 . 지는 내각제의 특성상 정기적으로 (독일의 경우 4년 주기로) 의회보고서를 작성해 보고 및 공표해왔다. 백서의 명명은 독일의 개발정책을 보고하는 정책 보고서를 넘어 지난 4년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미래의 개발정책을 위한 전략을 담고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2) 백서의 수립 체계
2013년 독일 개발백서는 독일 ODA 전체 예산의 6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전반적으로 ODA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BMZ의 주도로 발간되었다 (BMZ 2013:37). 이에 따라 백서를 구성하는 목차와 개요는 BMZ 내 정책기획과 정책수립에 관련된 다양한 부서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었다. 이렇게 정해진 목차에 따라 집필은 KfW 및 GIZ와 같은 집행기관과 BMZ 내부의 프로젝트 관련 부서가 각각 챕터를 나누어 집필했다.

(3) 백서의 구성 및 내용
2013년 독일개발백서는 내용면에서는 MDGs 정신의 구현과 빈곤경감의 구조적 문제들이 독일 개발정책의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인 정책변화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전반적인 구성에 있어서 국내 제도적 개혁이나 시스템의 보완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각종 정책서나 전략서등을 다수 발간하여 주제별로 정책을 소개하거나 정보를 주는 정치문화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내용적으로 백서는 구체적인 정책의 변화나 소개보다는 국제사회의 논의와 국내적 개혁과제를 다룸으로써 정책서와 차별화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다.

(4) 백서의 역할 및 기능
2013년 2차 독일 개발백서는 국민의 인식제고를 위한 기능은 우선적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정부 간 보고 (Inter-governmental Report)를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체 백서의 4/5 가량을 지난 4-5년 사이의 활동을 보고하고 나머지 부분에서 미래를 위한 전략을 다루고 있는데 이 부분을 작성하는 가운데 자문과정에서 이미 정부 내에서 일정 수준까지의 합의에 이르게 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국제적 어젠다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국내적 개혁이나 제도의 개선, 당면과제들에 집중하고, 의회에 보고, 부처 간 보고 채널, 정기적인 ODA 활동의 정리라는 측면에서 관계자들 간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앞서 구성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정책서와의 차별화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백서가 정책적 프레임워크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되 새로운 정책과 그 범위 등을 제시하기 보다는 합의된 정책 및 시스템을 문서화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IV. 한국의 백서 분석

1. 백서 발간 목적

국내 각 정부부처 및 기관에서 발간하고 있는 백서들을 발간 목적에 따라 살펴보면, 대부분 주요 정책 현황과 성과를 보고하고, 이를 통해 정책 및 부처 활동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인식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구성 및 내용면에서 백서는 연차보고서 형식으로 해당 정책의 도입 배경, 현황, 성과 보고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백서가 기존 정책 기조를 중심으로 정책성과에 대한 보고 및 평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반면, ‘국방백서,’ ‘외교백서,’ ‘문화예술정책백서,’ ‘보건복지백서,’ ‘산업자원백서,’ ‘환경백서’는 해당 기관과 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보다 명확히 밝히고 현 정책의 성과 및 평가와 함께 향후 정책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이 정책 및 부처 활동 홍보를 기본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의 백서는 입법을 목적으로 하는 서구의 백서와는 기본적으로 그 역할과 기능에서 차이가 있다 (서문희 외 2004). 심층사례를 통해서 살펴본 것처럼, 영국, 아일랜드를 비롯한 서구의 백서는 정책에 관한 정보를 의회와 국민에 공개하고 정부 정책을 공식화, 입법화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현 정부의 정책 목표, 비전, 활동, 향후 전망 등 현재까지의 활동에 대한 정리보다는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밝히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담고 있다. 특히 발간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자문과정을 통하여 정보 교환과 정책 분석을 촉진한다. 그러나 한국의 백서는 기본적으로 현 정책성과 보고 및 홍보를 주요 목표로 하여 그내용과 구성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의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또한 백서발간 전후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고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별도의 과정은 두고 있지 않다.

2. 백서 발간 체계

백서 발간에 있어서 부처 단독으로 집필, 발간하는 것이 대부분이나 담당 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와 기관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사례로 가장 많은 부처와 기관이 백서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국방백서’는 백서 발간 체계는 물론 내용과 구성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방백서는 1967년 최초 발간된 이후 1968년 불안정한 안보상황으로 인해 발간이 중단되었다가 1988년 재발간되었다. 그러나 발간시기가 정해진 이후에도, 주요 이슈에 대한 합의를 찾지 못해 발간이 연기되거나 정권교체로 인해 정책서로 백서발간을 대체하기도 하였다. 정권교체시기로 인해 국방백서 발간이 어려워지자 국방부는 국방자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국방주요자료집 (2001),’ ‘1998-2002 국방정책 (2002),’ ‘참여정부의 국방정책 (2003)’을 백서를 대체하여 발표하였다. 위의 자료는 국방정책 성과에 대한 종합정리와 함께 향후정책 비전과 전망을 중심 내용으로 다룸으로써 국민적 공감대와 심층적 이해를 도우며, 그 내용과 기능에 있어서 백서와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다.

국방백서수립을 위해 6개 관련기관과 22개 부서는 수차례의 협의과정과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한다. 국방백서는 여러 부처와 기관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ODA 백서와 유사하다. 국방백서는 많은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작업하는 만큼 주요 논의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백서발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백서발간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주요 이슈에 대한 이해관계자간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루는 과정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백서는 발간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다양한 관련 부처및 기관이 주요 논의에 대한 협의과정을 통해 공동의 비전을 설정하고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온전히 공유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3. 국제개발협력 내용을 포함하는 백서

국제개발협력 활동은 여러 분야가 연관되어 있어 지금까지 국제개발협력 백서 또는 ODA 백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개발협력활동에 기여해온 관련 부처들의 백서에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왔다. 한국의 백서들 중 원조 및 국제개발협력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백서는 ‘외교백서,’ ‘경제백서,’ ‘보건복지백서,’ ‘국방 재난대응 백서,’ ‘행정안전백서’ 등이 있다. 그 중 ‘외교백서’와 ‘경제백서’는 각각 외교부와 기획재정부가 발간하고 있으며 두 백서 모두 유·무상 원조를 백서에 포함하고 있으나 중점 내용 및 구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경제백서’와 ‘외교백서’의 국제개발협력 부분을 비교분석한 내용이다.

먼저 ‘경제백서’를 살펴보면 대외 경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대외경제협력 전략으로 2003년도 백서에서 처음 대외 원조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대외 원조 관련 내용이 본격적으로 기술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이후부터이다. ‘대외개방 및 경제협력 강화’ 파트에서 한국 정부의 전반적 원조 활동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중, 개도국과의 경제협력 원조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 (Knowledge Sharing Program, KSP)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후에는 ‘국제공조 강화와 국격제고’ 챕터에서 정부 및 기재부의 관련활동 소개와 함께 EDCF를 통한 양허성 차관을 중심으로 사업 규모, 주요 분야 및 지역, 주요 정책, 유·무상 통합 국별지원전략과 통합 평가시스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외교백서’의 경우, 1990년 처음 백서가 발간되기 시작한 때부터 ‘개발도상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국제개발협력을 백서에 소개해 왔다. 실리외교와 공동번영이라는 정책기조 아래, 1990년대 외교백서는 개도국의 경제발전과 한국과의 교역비중 증가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동반자이자 지지자로서 성장해 가는 개도국에 대한 한국의 외교대책으로 개도국 경제협력과 원조를 소개하고 있다. ‘외교백서’ 역시 경제협력사업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어 원조에 대한 접근방식은 ‘경제백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내용에 있어서 기존의 외교백서는 여러 부처의 개발협력활동을 총망라하여 수록했으나 2000년 이후부터 KOICA 활동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는 국제개발협력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제개발협력을 다루고 있는 백서들은 개별 부처가 단독으로 백서를 발간하며 각 부처의 활동을 단편적으로 소개하는데 그쳐 범정부적 차원에서 국제개발협력 정책 및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국제개발협력백서는 부재하다. 그러나 백서는 정책 추진 과정 및 성과를 실증하는 자료로서의 가치 외에도 향후 정책수립을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러 부처가 연계되어 있는 국제개발협력은 더더욱 백서 발간 과정에 있어서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충분한 숙고와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루고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백서는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범정부간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정책을 통합하는 프레임워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V. 결론: 정책제언

1. 한국의 ODA 백서발간 추진 현황

한국의 ODA 백서 발간은 2013년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발표된 14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ODA 관련 내용이 포함됨에 따라 「2013년 ODA 통합홍보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ODA 백서는 “우리나라 ODA의 비전, 정책 및 전략과 원조 성과를 ODA 관련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종합적․체계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2013년부터 3년 주기로 발간”하고 “자료조사, 목차수립, 초안 작성 등을 총괄”c2하는 “관계기관 백서발간 T/F를 구성”하여 추진된다. 또한 ODA 백서의 주요 내용은 “우리나라 ODA의 비전과 목표, 주요 전략, 추진체계, ODA 예산계획, 국제사회와의 공조, ODA 사업의 성과 등”이 포함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ODA 백서 발간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백서 수립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사전 연구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진행하지 못하고 단기간에 대국민 홍보의 목적으로만 백서발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2012년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OECD DAC 동료심사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은 통합된 원조 체계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신속히 조성해왔으나, 현재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프레임웍은 단시간 내에 수립되다 보니 투명한 의사결정 기준을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수립되지 못했기에 범정부적 차원의 공동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OECD DAC은 “범정부적” 전략 프레임워크 구축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정책과 전략은 물론 모든 ODA 관련 기관들의 세부 프로젝트 수준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한국 ODA의 철학적 근간과 비전, 방향성을 제고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백서는 우리나라의 ODA 정책을 대표할 수 있는 ‘개념상 최고위 문서’로 작성되어져야 한다. 사례연구를 통해 보았듯이 백서가 법적인 장치뿐만 아니라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차원에서 최상위 문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바 한국의 백서도 각종 법적 계획들의 근간에 있는 정책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공유하는 정책철학의 관점에서 최상위 문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ODA 백서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및 계획과 그 현황을 담는 데는 충실하나 철학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국민에 알리는 장치로서 역할을 하기엔 내용적인 측면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이 ODA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가가 지지 기반의 확보에 중요한 열쇠라고 한다면 좀 더 비전 중심의 미래지향적 백서가 되어야 한다.

2. 백서 발간의 목적에 따른 역할과 기능정립

백서의 발간 목적과 기능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를 유도하는 논의의 장이거나 “포괄적 정책 프레임워크 (Overarching Policy Framework)”로 작용하는 정책적 기능과 국민 인식제고 및 홍보의 기능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ODA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있어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통합적 프레임워크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상이성”으로 인한 “전략적이고 범정부적 접근의 어려움” 을 고려해 볼 때, 국민 인식제고 만을 염두에 둔 백서의 발간은 부처별, 이해관계별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또 다른 문서의 재생산에 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포괄적 정책 프레임워크로서의 백서 발간이 우선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포괄적 정책 프레임워크로서의 한국의 ODA 백서는 각종 ODA 정책과 전략 및 계획들이 실제 실현단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그 성과가 어떻게 평가될 것인지를 제시한다. 관련 정부 부처 및 시민사회가 해당 백서 아래 “공통의” 정책을 “공통적인 언어”로 이해하며, 그 틀 안에서 협력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타 모든 관련 ODA 정책 및 액션플랜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초기의 ODA 백서는 한국 ODA 정책을 포괄적이고도 심도 깊게 다루어야 하며 변화하는 국제개발협력환경과 국내적 상황, 국제사회의 논의에 대해서 단순히 ‘소개’ 수준이 아닌 향후 변화의 방향을 이해하고 대응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분석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ODA 이해관계자 간의 ODA의 목적과 한국의 역할에 대한 상이한 이해 위에 이루어진 국민인식제고 노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ODA 백서의 발간 시기와 주기 역시 ODA 중장기 계획이나 5개년 계획 등의 수립과 연동하여 발간되어야 한다. ODA 백서가 관련 전략 및 계획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정책프레임워크인 만큼, 백서를 기반으로 향후 관련 전략 및 계획이 보완 및 수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2016년에 발간될 두 번째 ODA 백서는 2015년부터 첫 백서에 대한 검토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부처 및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수 있도록 그 준비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따라서 ODA 백서의 요약본을 활용하여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고 ODA 정책의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서도,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한국 ODA의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방향성, 목표와 전략을 간단명료하게 담아내야 한다.

3. 백서 목차 및 내용

본 연구는 현 시점에서 ODA 백서가 발간된 배경과 백서를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세계관, ODA 정책의 비전과 방향성을 중심으로 하는 백서의 구성을 제안한다. 본 구성의 특징은 한국 ODA의 현황이나 성과 보고에 해당하는 내용은 많은 부분 삭제하거나 부록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왜 이 시점에서, 무엇을 위해 백서를 발간하는가? 지금까지 나왔던 정책문서/전략서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의 ODA 활동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 속 한국의 지위 상승과 그에 따른 책임의 증대, 우리의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공유해야 한다.

Part 1 “한국 ODA의 비전”에서는 한국 ODA의 기본정신을 상세히 기술하고 원칙을 공표함으로써 이후 기술될 세부적인 , 정책 및 전략을 아우르는 큰 틀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향후 관련 국제적 논의에서의 한국의 입장과 어젠다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Part 2 “한국 ODA의 정책 및 전략”에서는 원조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ODA 수행을 위해 계획하거나 실행하고 있는 한국의 체제 및 정책 개선 노력과 대내외적인 약속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2015년까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적 추진방향을 기술하면서 우리의 공약을 간결하게 소개하고 이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한다. Part 3 “개발협력의 선택과 집중”은 단순히 한국 ODA 정책의 현황의 소개가 아닌, 한국 ODA의 비전과 전략에 따라 선정된 중점 분야와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추진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Part 4 “더 나은 ODA를 위한 발전 방안”은 구체적인 전략과 timeline 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원조 효과성의 정의와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한국의 향후 정책 및 제도차원의 개선 노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4. 백서 수립체계

백서 수립체계는 단순히 집필과 발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준비과정에서부터 그 방향과 내용에 대한 합의와 확산의 메커니즘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해가 상이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조정, 반영,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공적”개발원조의 공공분야 내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보다 일관적이고 효과적인 국민들의 이해증진과 더불어 정책 지지 기반 확보와 대국민 책임성 개선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백서의 작성, 발간과 홍보를 전담할 조직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백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기로 이미 결정이 된 만큼 지금의 TF 형태가 아니라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ODA백서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담은 정책종합서임과 동시에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높이기 위한 홍보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정책/전략/계획의 수립과 백서의 집필이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수립과정을 모두 이해하고 이를 집필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며, 시민사회의 참여를 촉진하고 오랜 시간에 절친 평가 및 검토과정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상시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

5. 검토과정과 시민사회의 참여
본 연구는 ODA 백서 안에 공약의 이행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지표 중 대표적인 것들을 삽입하여 모니터링을 통한 인식과 이해의 확산을 도모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이와 관련한 정보를 ODA Korea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여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련 부처에는 법률로 구속하지 않은 공약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책임성을 갖게 함으로써, 포괄적 정책 프레임워크로서 백서가 기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특히 검토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며 아일랜드 방식의 검토 의견서 도입을 제안한다. 한국 ODA 정책이나 백서의 내용에 대한 의견뿐만 아니라 ODA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도전과제에 대한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함으로써 Top-down식의 정보 제공이 아닌 대다수가 공유하는 국내외적 환경의 변화에 대한 인식 을 바탕으로 정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ODA백서의 발간 이후 공청회를 개최하여 백서의 내용, 발간 목적을 설명하고 백서의 활용방안과 향후 백서의 형태에 대한 일반국민 및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공청회 자체가 홍보의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유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보가 확산되고 이해가 증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5년 한국 ODA 중장기 계획의 수립 시기에 맞추어 2013년 백서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여 검토제안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를 활용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친다면 백서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정부의 새로운 정책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백서 초안이 완성되는 시점을 앞당김으로써 ODA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모든 정부 부처들이 이를 공유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