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970년대 중반 기존 서구 중심의 접근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인식 확산에 따라, ‘대안적’ 이론과 접근법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 중 하나로 ‘참여적 접근법(개발)’이 나타나게 되었으며 지역민들의 지식이 개발협력에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과거에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전통지식이 개발협력에서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제 개발협력 기구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있어서의 전통지식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문서 또는 정책에 반영하게 되었다. 개발협력사업에 있어서 효과성과 지속성을 위한 방법으로 전통지식 도입 및 활용을 모색하고자 했던 World Bank와 UNESCO는 개발을 위한 전통지식과 우수 사례를 정리하는 등 전통지식의 체계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국제법 상에서 토착민과 지역주민들의 국제 인권과 인식에 대해 강조하게 되면서 전통지식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첫째, 전통지식의 개념, 등장배경, 발전단계 및 활용분야에 대해서 분석하여 전통지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다. 둘째, 개발협력분야에 있어서 전통지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확인하고 관련 이슈, 즉 권력관계, 지속가능성, 주인의식, 생물 및 문화다양성 등에 대해 확인한다. 셋째, 전통지식을 개발협력사업에서 시행할 때 제약사항이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넷째, 전통지식과 관련하여 기존 공여기관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제약사항 및 개선 방안을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KOICA가 개발협력에서 개도국의 전통지식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특히 지역개발사업에 적용하게 될 때 필요한 방안을 모색한다.

‘세대를 거쳐 지역사회에 속하고, 이미 실행되어온 지식, 기술, 태도의 총합의 역동적인 archive’로 정의할 수 있는 전통지식은 농업, 보건, 지역사회 개발, 빈곤감소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전통지식은 지역사회, 특히 빈곤층을 위한 문제 해결 전략을 제공할 수 있고, 사업 효과성을 넘어 개발프로그램의 효과성을 높여줄 수 있으며, 지역민의 참여와 주인의식을 높여 사업 운영 측면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개발협력분야와 관련하여 더욱 자세히 살펴보게 될 때 전통지식은 지식과 권력관계, 생물 및 문화다양성, 지속가능성, 주인의식 및 사회적 자본, 인권기반 접근법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지식은 권력의 위계구조 내에서 지식에 있어서도 서구 근대지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계가 낮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개발을 위한 지식에 있어서 과거 정치적 관점에서 보듯 위계를 구분할 수 없으며, 오히려 주도적 지식보다 전통지식이 대안적 관점으로 등장하여 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함에 따라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주인의식의 경우 전통지식을 활용하는 참여적 접근법의 핵심적 요소로서 단순히 외부인이 주도하는 사업을 따르는 사람이 아닌, 사업을 실제 이행하는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과 관련하여 전통지식은 자연과 가장 밀접하게 살아가고 천연자원을 활용 및 보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문화의 일부로서 전통지식을 보게 될 때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란 측면에서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보존 및 유지하기 위해 전통지식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지속가능성과 연계하여 지역민들이 가지는 전통지식이 문화와 생물다양성과의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사회적 자본으로서 전통지식은 해당 지역사회를 유지시켜주는 사회적 신뢰이자 유대감의 토대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개발사업에 있어서 사회를 유지 및 통합시키는 도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인권기반 접근법과 관련하여 전통지식은 지식을 가진 지역주민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참여의 기회를 가져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절차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협력사업에 있어서 전통지식을 적용 및 활용하는 데는 제약사항이 존재한다. 본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는 첫째, 전통지식이라는 개념을 너무 근사하게만 보는 경향에 있다는 점이다. 전통지식을 외부와는 별개로 발전한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지만, 세계화 및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고려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본다. 둘째 전통지식이 항상 지역개발에 있어서 적정하다는 가정을 내리는데 있다. 모든 전통지식이 지역개발에서 성공요소로 작용할 수 없으며, 다양한 행위자가 실행하는 개발협력사업의 경우 이에 대한 협력과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 번째 전통지식의 정치적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전통지식은 반드시 집합적이거나 균일한 형태를 이루지 않는다. 지역사회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으며 특정 권력과 관련될 경우 오히려 개발협력사업에서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네 번째로 전통지식과 서구과학을 구분하는 방법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를 구분해서 활용하기 보다는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더욱 잘 활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1990년대 초기부터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시행된 전통지식의 축적 및 체계화 노력에 있어서도 제약사항이 있음을 확인하였는데, 전통지식이 인간의 삶에 연계되고 지역 특수성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별도로 기록하고 저장하려는 방식이 맞지가 않다고 보았으며 전통지식의 역동성과 변화하는 특성에 따라 이런 보존 방식이 유지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런 지역특수성은 다른 지역으로의 효과적 확대라는 ‘보편성’의 측면에서도 개발협력 담당자들이 의문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제약요소로 언급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책 결정자들이 개발협력사업 모든 단계에서 전통지식의 역할을 인식해야 하고, 개도국의 경우 전통지식 체계 인식과 개발을 위한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하며, 개발협력기관은 지역사회의 통찰력과 전통지식을 확인하여 업무를 강화해나가야 함을 명시하였다. 또한 앞서 보편성의 측면에서 제약사항이 있음을 확인한 전통지식은 오히려 새로운 사고방식이 될 수 있으며 지역사회가 동등한 파트너십에 따라 참여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점에서 기회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지역개발사업과 관련하여 전통지식을 활용하려는 기관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DFID의 경우 전통지식이 사업실행에 있어서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확인하고, 전통지식의 유지 및 업데이트를 통해 기관의 노하우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현지 사무소에 채용된 현지 스탭이 전통지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단계에서 잘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을 지적하여 앞으로 자신들의 지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확인한 바 있다. CIDA의 경우 구체적인 사업사례를 볼 수 있다기 보다는 가이드라인과 핸드북 발간을 통해 프로젝트 기획 및 실행단계에서의 전통지식을 통합시키는 방안과 기본 원칙을 정리하고 있다. IFAD는 기존 선행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을 확인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참여중심적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으며 전통지식에 반하지 않는 필요한 기술과 방법 모색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에 적용된 실제사례에서도 전통지식을 활성화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에 더해 촉진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주도적, 참여중심적 접근법이 강조됨에 따라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역특수성을 인식하며, 전통지식 및 관련 이니셔티브가 개발협력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임을 확인해야 함을 언급하였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볼 때, 한국의 원조기관들은 향후 지역개발사업을 실행함에 있어서 전통지식을 어떻게 도입 및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첫째 사업 착수 이전에 사업대상지의 전통지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사전조사단계에서 전통지식을 분석 및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사업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셋째 사업시행 단계에서 현지에 대해 잘 알고 전통지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개발협력사업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는 현지전문가를 고용하여 현지지식을 충분히 고려하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해야한다. 넷째 사업 수행에 있어 지역주민을 능동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모색해야 한다. 다섯 번째, 사업 평가시 작성하는 평가목록 중 현지지식 부분을 추가하여 투입한 기술이 전통지식 측면에서 잘 부합하는지, 개선된 정도는 어떤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지식은 해당 지역에 투입된 시기와 상황에 따라 투입요소나 기술이 유사하더라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그러므로 한 지역에서 실행한 전통지식을 도입한 지역개발사업사례가 성공적이라 하더라도 인근 지역, 또는 타국가의 다른 지역에 즉각적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지식은 지역개발사업에 있어서 해당 지역주민의 삶을존중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지식을 존중하며, 이를 토대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에 따라 전통지식은 개발협력사업에 있어서 투입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나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업 설계에서부터 평가 및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프로젝트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사업 전반에 전통지식을 연계하고 고려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