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오늘날 국제사회는 개발협력분야에 있어서 주요 파트너로 급부상한 신흥공여국의 등장에 따른 지형 변화와 더불어, 개발재원의 다각화, 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이하 ODA) 개념의 재정의 등 다양한 이슈가 새롭게 제기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한국이 능동적이고 민첩하게 대처하여, 개발협력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동향을 주시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최신 규범을 파악하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선진공여국들로 구성된 OECD DAC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며, 공여국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지대하다. DAC의 권고사항 및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2010년을 전후하여 실시되어 왔으나,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개발협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최신 DAC의 규범, 가이드라인, 동료검토의 평가기준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이 최신 OECD DAC 체제규범을 파악하고, 최근 DAC의 동료검토를 수검한 국가들을 분석, 벤치마킹함으로써, 2017년 제2차 동료검토에 대비하고,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 정책의 방향성을 예측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연구 구성 및 방법
본 연구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전환기에 직면한 개발협력을 둘러싼 국제적 동향을 분석하고, 특히 OECD DAC의 주요 체제규범의 양상을 분석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신규회원국 확대, 참여계획 및 참가국 제도 도입 등 OECD DAC의 외연 확장 추세를 파악하고, ODA 재정의 논의의 구체적 내용과 최신 가이드라인을 분석함으로써, DAC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OECD DAC의 주요 규범 논의를 주도해온 영국과 독자적인 원조 가치를 구현해온 일본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하여, 두 국가의 사례를 통해 한국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한국의 개발협력정책의 현황을 분석하고, 2012년에 수검한 제1차 동료검토의 이행결과를 검토하여, 앞서 분석한 OECD DAC의 최신 체제규범 분석을 토대로 한국의 개발정책 방향에 미치는 시사점을 도출, 향후 한국이 선진공여국으로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개발협력정책의 방향을 예측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본 연구에서는 OECD DAC의 최신 체제규범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OECD가 발간하는 최신 공식 가이드라인, 2013년 이후 동료검토를 수검한 12개국의 동료검토 보고서, 동료검토를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주제별 보고서와 국내외 관련 기존 문헌자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문헌조사를 활용하였다.
문헌조사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OECD DAC 본부, EU 본부, 심층 사례국으로 선정한 영국과 일본을 연구진이 직접 방문하여, 유관 국제개발기관 관계자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또한, 한국의 최신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개발협력 담당부서, 무상원조 집행기관인 KOICA, 학계, 시민사회 등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하여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정책 수립 과정 분석 및 정책제언 도출에 반영하였다.
II. OECD DAC 체제규범의 변화 배경
본 장은 최근 전환기에 직면한 개발협력의 국제적 동향을 분석하고, 특히 OECD DAC의 주요 체제규범의 양상을 분석한다. DAC은 국제원조 규범을 마련하고 개발협력의 방향을 주도하는 핵심 기구이다. 비록 강제성을 띠지는 않으나 회원국들이 개발협력에 대한 다양한 권고사항과 지침을 반영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회원국 간 정책대화, 동료평가, 정책 가이드라인 작성, 개발협력 관련 지식 및 경험 공유, 원조 흐름에 대한 통계 집계 등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제 개발협력 논의를 주도함과 동시에 회원국들에게 선진공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다.
1. OECD DAC 체제규범의 구성
OECD DAC은 1960년 설립된 유럽경제협력기구 산하 개발원조그룹에서 비롯되었다. 11개 회원국으로 출범한 DAC은 90년대까지 23개의 회원국을 포함하였고 2010년 한국, 그리고 2013년 유럽 5개국이 가입함에 따라 총 29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었다. 최근에는 DAC 가입 기준을 다소 완화하고 가입 의무사항을 강화하는 방향을 정책을 전환하여 신규 회원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DAC은 사무국 기능을 수행하는 개발협력국 외에도 개발도상국과 파트너십을 수립한 타 OECD 조직과 협업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DAC이 원조효과성을 넘어 개발효과성을 지향하면서 보다 심화되고 있다. 또한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실무 네트워크 및 작업반과 같은 다양한 하위 기구를 두고 있다.
2. Post-2015 개발의제의 대두
새천년개발목표 (MDGs) 달성 시한인 2015년이 다가옴에 따라 2015년 9월, UN은 MDGs를 대체함과 동시에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의 목표로서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지평선을 여는 지속가능개발목표 (SDGs)를 채택하였다. SDGs는 총 17개의 목표 (goals)와 169개의 세부목표 (targets)를 담고 있는데 MDGs보다 복합적인 문제들을 반영하며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광범위한 목표이기도 하다. 이에 OECD는 회원국 및 내부 정책과 사업에 SDGs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권고하였다. 더 나아가 OECD가 기존에 추진해 온 업무를 바탕으로 SDGs 달성에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4가지 분야 (정책일관성, 정책대화 및 지식공유 파트너십, 재원 동원, 측정 및 모니터링)를 선정하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기여방안을 제시하였다.
3. DAC 비회원국의 영향력 확대
OECD DAC 비회원국은 상호이득 추구와 같이 기존 DAC 회원국과 유사한 면이 있는 반면 주권 존중, 주인의식, 독립성, 원조사업 투명성과 같은 면에서는 미흡한 면들이 존재한다.
동시에 비회원국의 원조 규모, 정책, 패턴이 서로 상이하기에 비회원국의 특징을 일반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비회원국의 참여도와 원조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OECD DAC은 비회원국들과 개발재원 측정 방안 논의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3장에서 논의될 OECD DAC의 참여계획과 참가국 제도는 이러한 추세에 대한 DAC의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4. 개발재원과 개발효과성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와 원조 피로현상은 1990년대 말부터 공적개발원조 규모의 전반적 축소를 야기하였다. 또한 MDGs 달성 실패에 따른 원조 효과성에 대한 개도국과 공여국간 입장차이가 보다 극명해졌다. 이 외에도 민간분야와 신흥공여국 참여 확대에 따른 새로운 개발재원의 등장은 개발재원의 다각화에 대한 논의를 가속시켰다. 이러한 개발재원에 대한 논의는 1997년 UN총회에서 개발재원에 관한 고위급 정부 간 파트너십 실무그룹이 구성된 후, 2002년 “몬테레이 컨센서스”를 채택한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한편, 개발협력의 질과 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논의도 보다 활발해졌다. 2002년 로마에서 개최된 제1차 원조효과성 고위급회의을 시작으로 원조효과성에 대한 5가지 원칙이 구체적 선언을 통해 수립되었고, 원조효과성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발전되었으며, 2011년 부산에서 개최된 제4차 고위급회의인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4th High-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에서 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을 기존 선진국 관점의 원조효과성 제고에서 개발효과성 확대로 전환하는 것에 합의하고,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글로벌 파트너십 (Global Partnership for Effective Development Cooperation; GPEDC) 선언문이 채택되어, 다양한 주체들의 개발에 대한 역할이 인정되면서 ODA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발재원의 확대 및 효과적인 운용이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하였다.
III. OECD DAC 체제규범의 변화 내용
본 장에서는 신규회원국 확대, 참여 제도 적용 등을 통한 OECD DAC의 외연 확장 추세를 파악하고 40년 만에 이루어진 ODA 재정의 논의의 구체적 내용과 가이드라인, 동료검토의 강조점 변화 양상을 파악한다. 2013년 OECD DAC에 가입한 신규회원국의 대부분이 EU회원국인 바, EU와 OECD DAC 간의 정책 공조 양상도 분석한다.
1. OECD DAC의 외연 확대
OECD DAC은 설립 후 비 DAC 공여국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가져왔다. 이후에도 신흥경제국의 부흥에 따라 개도국 내 입지 확대 및 국제개발협력 내 역할 부상을 인지하고, 이러한 비회원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2005년과 2011년에 각각 발표한 “DAC 외연 확대 전략 (DAC Outreach Strategy)”과 “DAC 글로벌 관계 전략 (DAC Global Relations Strategy)”은 외연 확대에 대한 DAC의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다. DAC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비회원국의 DAC 참여를 도모하고 개발협력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확대중이다. 또한 DAC 활동의 적실성, 영향력 및 효과성을 향상시키고 비회원국을 포용하며 국제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발전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DAC은 비회원국의 DAC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OECD DAC은 2011년 DAC 글로벌 관계 전략을 통해 신흥공여국의 신규 가입을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에 체코, 아이슬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2013년부터 차례로 신규회원국으로서 가입하였다. 이에 따라 34개 OECD 회원국 중 DAC 회원국은 29개국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DAC 회원국의 전체 ODA 규모 중 신규 회원국들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비교적 견고한 정책적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소규모의 ODA 지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OECD는 2012년 OECD 조직 파트너십에 대한 이사회 결의안 (Resolution of the Council on Partnerships in OECD Bodies)을 발표하였다. 이 결의안은 주로 OECD 내 하나 이상의 하위조직에 참여하는 비회원국을 파트너국 (partner)으로 지칭하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연합국(associate), 참가국 (participant), 초청국 (invitee)의 자격으로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비회원국과의 협력 증대 중요성과 OECD의 국제 의제 설정기구로서의 역할 강화를 근간으로 한다. 동시에 이 결의안은 OECD 위원회가 위원회 활동에 한 개 이상의 참가국의 참여를 희망할 경우 참여계획 (Participation Plan)을 작성할 것을 명시하였다. 이에 OECD 하위조직인 OECD DAC 또한 이 결의안의 내용을 DAC 참여계획에 반영하였다.
OECD DAC은 DAC 참여계획을 통해 OECD 중요 파트너 국가인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외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콜롬비아 등을 초청국으로 맞이하였다. 그외에도 2014년에 아랍에미리트가 첫 참가국이 되었으며 르완다와 상투메 프린시페가 참여계획 하에 특정 동료검토 회의에 초청국으로 초대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회원제도의 다양화는 DAC 활동 관심 유도 및 회원국 범주 확대, 비회원국 개발협력 이해, 그리고 상호 지식 공유라는 이점을 지닌다.
2. ODA 개념의 재정의
공적개발원조 (ODA)의 정의는 1961년 DAC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원 흐름을 측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개념화되었다. OECD DAC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개발재원의 양적 규모 확대와 질적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발재원 측정방식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최근 대두된 ODA 개념 재정의는 2012년 DAC 각료급회의를 토대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2014년 12월 각료급 회의에서 그 동안의 논의 결과를 코뮤니케로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ODA 적격기준 및 측정방식의 변경,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총공적개발지원 개념 도입의 필요성, 최빈국에 대한 ODA 확대 등이 있다. 더 나아가 국제금리 하락으로 인해 일부 국가가 정부 예산 대신 국제자본시장에서 저금리로 재원을 조달하여 ODA로 사용함에 따라 DAC 회원국 간 ODA 양허성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는데 이에 회원국들은 ODA차관 (유상원조)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측정방식을 변경하기로 합의하였다. 총공적개발지원 개념의 경우 개발재원 전반에 대한 투명성 및 책무성 강화,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재원 확대 유인체계 확립 등을 목적으로 한 광범위한 공적개발재원을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였다.
3. 가이드라인 강조점 변화
OECD DAC은 여러 이슈에 대한 가이드라인, 매뉴얼, 리포트, 퍼블리케이션 등 다양한 문서를 발간하였다. 각 문서는 원조 이해관계자들이 OECD DAC 규범을 이해하고 이를 실제 원조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중 가이드라인은 OECD DAC의 주요 권고사항을 다루며 매뉴얼은 이를 따르기 위한 세부 매뉴얼과 평가지표를 제공한다. 2011년 이전에는 분야별 가이드라인을 활발히 발간해왔으나, 이후에는 총 4편의 가이드라인만이 발간되었다. 이들은 분쟁 및 취약국, 책무성과 민주적 거버넌스, 그리고 평가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특히 4편 중 3편이 분쟁 및 취약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해당 국가 지원 및 재건 사업, 사업 평가등 유관 분야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지난 5년간 DAC이 분쟁 및 취약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책무성, 민주적 거버넌스, 그리고 평가가 주요 이슈로 다루어졌으며 특히 현지 적합성, 정책 일관성, 개발 파트너십과 같은 가치를 강조하였다. 이 내용들은 2010년 이전 발간된 유관 가이드라인과 일맥상통한다.
4. 동료검토 기준 변화
OECD는 동료검토의 독립성, 투명성, 정확성, 분석의 질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모든 OECD 동료검토는 절차를 위한 제반요소, 합의 원칙, 국가 활동 평가기준 및 범위 등과 같은 구조적 요소를 포함한다. 동료검토는 4-5년 주기로 시행되는데 이는 회원국 간 동료압박과 학습을 장려한다. 문헌연구 및 현지조사 결과 2010년 이후 개발효과성과 개발재원에 대한 논의를 제외하고는 DAC 동료검토 평가기준에 새로운 변화는 없었음을 확인하였다. 향후 민간재원의 활용과 SDGs와 같은 규범이 동료검토의 평가항목으로 추가될 가능성은 높으나 현재는 논의중이다. DAC은 향후 지속적으로 동료검토 결과의 전략적 활용을 위해 교훈을 공유하고 DAC에서 합의된 체제규범을 내재화하도록 장려할 것이다.
5. EU와의 공조 강화
28개 회원국을 포함하는 EU는 세계 전체 개발 원조액의 55% 내외를 차치하는 국제 공적개발원조의 최대 공여자이다. 또한 EU 외 총 19개의 EU 회원국이 DAC 회원국으로 활동 중이다. EU는 EU 집행위원회를 통해 공동체 예산을 집행하고 EU와 회원국 간 원조정책을 조정한다. EU는 파리선언을 계기로 채택된 유럽합의를 통해 최초로 회원국의 공동 입장을 공식화하고 EU 원조의 거시적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제도적 개선에도 주력해왔다. DAC 내에서는 고위급 포럼 공동의장으로 참여하고 정책일관성, 취약국 등에 대한 DAC 논의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외 고위급회의와 작업반과 같은 장을 통해 DAC과의 정책공조를 강화하였다. 단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EU 전통회원국 간 원조 정책 차이와 EU 전통-신규회원국 간 상이한 원조 양상을 고려할 때 국제개발정책의 유럽화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IV. 심층국 사례분석
본 장에서는 2013년 이후 동료검토를 수검한 회원국들의 동료검토 보고서를 분석하여 규범의 변화에 따른 강조점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제2차 동료검토 시 대응방안을 도출하였다.
이를 위해 2013~14년 동료검토 수검국 중 권고사항의 이행률이 가장 높은 영국 (80%)과 비이행률이 가장 높은 일본 (37%)을 사례국으로 선정하여, 2015년 7월, 8월 각각 방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양국의 동료검토 결과 및 권고사항의 이행방식을 파악, DAC 규범의 내재화 및 활용방식을 유추하였다.
1. 영국
영국은 2010년 동료검토에서 제안된 7개 분야 19개 권고사항 중 15개 실행, 2개 부분 실행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 전략적 지향 (타 부처와의 협력 강화), △ 조직과 관리(2014-15 국제개발법 의결), △ 원조제공 및 파트너십 (IATI에 모든 정보 제공), △인도적지원 (분쟁·취약국 지원 전략 마련) 관련 권고사항을 모두 준수했을 뿐 아니라, G20 국가 중 최초로 ODA/GNI 비율 0.7% 달성을 실현한 점과 젠더, 기후변화 등 범분야 이슈에 대한 DAC 내 논의를 주도한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반면 개선사항으로 △ 성과에 대한 연구 분석 및 보고 강화, △ 파트너국의 개발 목표에 부합하는 원조 제공이 권고되었다.
2. 일본
2014년 동료검토에서 일본은 지난 동료검토 시 제안된 19개 권고사항 중 7개 실행, 5개 부분실행, 7개 비실행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실행된 분야로는 △ 전략적 지향 (개발협력대강 및 연도별 중점방침 수립을 통한 명확한 비전 마련), △ 조직과 관리 (외무성과 JICA의 역할분담 명확화), △ 원조 효과성과 성과 (평가 조직 개편), △ 인도적 지원 (분쟁 상황 내 인도적 활동의 목표에 대한 정책 강령 수립, 인도적 지원에 관한 국제 규범 이행)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향후 개선과제로, 정책일관성 개선, 취약국에 대한 지원 확대, 0.7% 목표 달성을 위한 증액, 비구속화 원조 비율 확대, 개발에 관한 국내적 인식 강화 및 참여 기회 확대, 개발효과성 향상을 위한 조직 및 인원 강화 등이 제안되었다.
3.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과 일본은 DAC 체제규범의 준수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영국은 0.7% 원조비율 달성, 원조의 비구속화, 분쟁 및 취약국 지원, 범분야 이슈의 주류화 등 DAC의 주요 규범 및 가이드라인을 적극 준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는 영국이 자국의 원조 규범을 실행해 온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파악할 수 있다. 영국은 국제개발협력분야를 주도하며, 자국의 원조 규범을 DAC의 체제규범으로 내재화해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DAC의 체제규범을 모범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영국은 우수한 동료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분야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근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폭넓게 다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였다.
일본의 경우, 명확환 원조 배분 기준 마련 및 비구속성 원조 확대, 외교정책 목표와 개발 목표 간의 균형 유지 등이 지난 동료검토를 통해 지속적으로 권고되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DAC의 창립멤버임에도 불구하고 DAC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원조 효과성과 책무성 강화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은 동료검토를 활용하여 자국 원조의 구체적 성과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고,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은 일본 원조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영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DAC의 체제규범 및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이 없으나, 동료검토를 통해 회원국 간 규범의 이행 여부를 비교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 속에서 동료검토 결과는 회원국이 DAC 내 의제형성에 있어 주도력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적 지지 기반 확보의 주요 외부 기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한국이 DAC 내 의제수립국 (agenda setter)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국민들로부터 보다 폭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DAC 회원국으로서 ODA의 적정 규모와 질적 기준을 준수하고, 회원국으로서 요구되는 다양한 정책규범과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V.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정책과의 연계 방안
본 장에서는 한국의 국내 개발협력 환경 변화, 특히 OECD DAC 가입 이후 수검 받은 제1차 동료검토의 권고사항 별 이행사항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여 한국 ODA의 현주소를 파악한다. 또한, 앞장에서 살펴본 OECD DAC의 최신 규범체제와 선진공여국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정책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한다.
1. 국내 개발협력 환경 변화
한국의 ODA 규모는 2013년을 기준으로 USD 17.5억, ODA/GNI 대비 0.13% (OECD DAC 회원국 평균은 0.29%)를 기록하여, 총규모 면에서는 한국이 OECD DAC에 가입한 전후와 비교하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5년간 (’10~’14) OECD DAC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연평균 증가율 (12%)을 기록하였다. 반면, ODA/GNI 비율은 2008년과 비교하여 0.09%에서 0.13%로 소폭으로 증가하고는 있으나, 2014년의 ODA/GNI 잠정 비율은 0.13%로 2015년까지 0.25%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지키지 못하였다. 또한, 원조의 질적 측면을 평가하는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나, 2014년 현재 62%로 목표치인 75%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 동료검토 이행결과 분석
한국은 2008년에 DAC 가입을 위해 특별동료검토를, 2012년에 제1차 동료검토를 수검받았다. 2008년 특별동료검토에서 권고사항에 따라 국제개발협력법을 제정하고 ODA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는 등, 법적, 제도적 추진기반을 구축하였다. 제1차 동료검토에서는 ODA/GNI 비율 이행목표 달성, 개발협력전략 보완, ODA에 대한 투명성 및 책무성 강화, 평가 체계 개선,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한 비구속성 원조 개선,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권고받았다. 2015년 11월 한국 정부는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2016~2020년) 안을 최종 의결하였고, ① 통합적인 ODA, ② 내실 있는 ODA, ③ 함께하는 ODA를 ‘3대 원칙’으로 제시하여, 각각 사전에 통합전략과 계획을 수립하여 원조의 분절화를 최대한 방지함으로써 통합적인 ODA 정책을 실행할 것, 평가 기능의 독립화를 추진하여 내실화를 도모할 것, ODA 사업에 시민사회, 학계,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개발재원 확대를 위해 민간재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독려할 것을 발표하였다.
3. OECD DAC 규범과의 연계 방안
한국은 동료검토 권고사항을 수렴하여 개발협력정책에 반영, 개선한 분야가 비교적 많다. 즉, 한국은 DAC 회원국으로서 동료검토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관 정책 수립에 있어 동료검토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동료검토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DAC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책규범과 가이드라인, 동료검토 평가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최근 개발협력 분야의 지형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개발주체의 참여, 개발재원의 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화가 불가피하다. 2013년 이후 도입된 동료검토는 원조효과성이 아닌 개발효과성에 초점을 두고 실질적 개발성과 및 상호 학습 강조하고 있으며, 개발재원을 폭넓게 정의하여 기존의 ODA 뿐만 아니라 기타 개발재원까지도 분석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즉, 민관협력, 민간기업의 참여 확대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며, 주요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여야 한다. 예산 배분 및 객관적인 조정자의 입장에서 선 국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그것이다. 한국이 파트너국 모범사례에서 나아가 한국의 발전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함으로써 모범적인 공여국으로 도약해야할 시점에서 2030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목표와 방안 수립도 필요하다.
VI. 정책제언
본 장에서는 한국이 최근 변화된 OECD DAC의 주요 규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의제수립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OECD DAC 작업반 활동 참여 확대
DAC의 규범 및 가이드라인의 변화는 주로 DAC 내 작업반을 통해 촉발된다. 따라서 한국이 DAC 내 규범수립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DAC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7개 작업반을 적극 활용하여 활동 범주를 넓혀나가야 한다. 특히 작업반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편하고 작업반 내 의장 혹은 부의장이 배출되어 영향력을 확대해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작업반들이 다루지 않았던 개발이슈에 관한 새로운 작업반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2. 신흥공여국과의 공조 확대
OECD는 국제사회에서 증대되는 비회원국의 영향력을 인식, 비회원국의 참여를 유인하는데 힘쓰고 있다. DAC의 경우, 참여계획과 글로벌 관계 전략을 통해 비회원국과의 협력 강화를 주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DAC 회원국들은 비DAC OECD 회원국, 아랍국가, BRICS 등이 DAC 활동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한국 또한 신흥공여국의 DAC 활동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벨기에, 포르투갈의 사례처럼, 한국의 제2차 동료검토 수검시 방문하는 현지조사 대상국을 DAC 동료검토 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할 수 있다. 한국은 신흥공여국과의 공조를 통해 상호 개발협력 경험을 공유하고 DAC 체제 내로 연계함으로써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한다.
3. SDGs 연계 강화
OECD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SDGs를 달성할 수 있도록 △ 정책일관성, △ 재원 동원 (조세제도 개편 등), △ 정책공유 및 지식공유 파트너십 구축, △ 지표 측정과 모니터링 등 네 가지 방안에 대해 기여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한국은 OECD가 제공하는 정책대화와 지식공유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효과적인 SDGs 이행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KOICA 차원에서는 SDGs와 기존 원조 사업 간의 연계성을 강화해야한다. DFID의 경우처럼, 17개 개발목표 중 한국의 원조 목표 및 비교우위에 보다 적합한 분야를 선택하고 그 분야에 집중하여 이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사무소 및 국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활발한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
4. 정책일관성 개선
OECD DAC의 정책일관성에 대한 강조는 SDGs 내에서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OECD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이 도입될 때 정책 간 시너지 창출, 상쇄효과 (tradeoff) 규명, 파급효과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권고한다. 제1차 동료검토에서 정책일관성 강화를 위해 범정부적 의제수립, 정치적 역량 확보, 개도국 영향 분석 보고 강화 등을 권고 받았다.
개발협력분야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아직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PCD)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SDGs 이행을 도모하는 차원에서도 정책일관성을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국제개발위원회 내 정책일관성 관련 소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관련 부처 실무담당자 및 민간위원이 참여하여 정책일관성 관련 정부 지침 및 매뉴얼을 수립하고, 정책일관성 달성을 위한 실질적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5. 다양한 개발재원 활용방안 마련
OECD DAC은 기존 ODA의 한계를 인식하여 2014년 말 ODA 적격기준 및 측정방식을 변경하기로 결정하였다. 향후 ODA 재정의에 대한 통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동료검토에 반영할 계획이며, 향후 SDGs시대의 이행수단으로서 다양한 개발재원 역시 강조됨에 따라 DAC내 논의가 확대되고 동료검토를 통해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관련 부처 및 시행 기관 차원에서 민간 재원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독자적 개발재원 확대 방안을 추진해 온 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통해 개발재원 확대에 대한 관련 부처의 입장을 공유하고 각 기관 간 조정 및 협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KOICA는 무상원조에 있어 다양한 민간재원을 활용해 온 타 원조기관들의 사례를 심층 연구하고 공동 사업을 시범 실시함으로써 개발재원의 다각화를 통한 혁신적 사업 유형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6. 분쟁·취약국에 대한 지원 전략 구체화
OECD DAC은 2011년 이후 발간된 분쟁·취약국 지원에 관한 3편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분쟁, 갈등, 빈곤 등의 이유로 원조를 개발로 전환시킬 역량이 부족한 국가에 대한 새로운 원조 원칙과 목표, 집행방식을 제시해왔다. 시리아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분쟁·취약국 문제에 대한 원조활동이 DAC 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될 것으로 판단되는 바, 한국도 분쟁·취약국 지원에 대한 국내 이해증진에 앞장서며, 관련 원칙 및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2012년 국내 원조 집행기관 중 유일하게 ‘취약국 지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KOICA 역시 새로운 OECD DAC의 권고사항을 반영하여 취약국에서의 무상원조 사업 형성 및 이행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분쟁·취약국을 위한 원조 프로그램이 광범위한 바, KOICA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은 DAC 가입 (2010) 및 부산 총회 개최 (2011), 제1차 동료검토 (2012)를 통해 ODA 규모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 원조 추진체계를 정비했을 뿐 아니라, 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제고했다. 특히 OECD DAC의 동료검토는 우리의 원조 현황을 돌아보고 보완점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정책 논의를 앞당긴 기회로 활용되었다. 2017년 제2차 동료검토를 앞두고 한국은 현재까지의 이행노력을 점검하고 변화된 개발협력 환경에 맞추어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할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이를 잘 활용하여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이 목표로하는 통합적인 ODA, 내실 있는 ODA, 함께하는 ODA를 실현할 기반을 구축하고, 우리 외교의 새로운 브랜드인 인도주의 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연구 배경 및 목적
오늘날 국제사회는 개발협력분야에 있어서 주요 파트너로 급부상한 신흥공여국의 등장에 따른 지형 변화와 더불어, 개발재원의 다각화, 공적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이하 ODA) 개념의 재정의 등 다양한 이슈가 새롭게 제기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한국이 능동적이고 민첩하게 대처하여, 개발협력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동향을 주시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최신 규범을 파악하여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선진공여국들로 구성된 OECD DAC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며, 공여국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지대하다. DAC의 권고사항 및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2010년을 전후하여 실시되어 왔으나,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개발협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최신 DAC의 규범, 가이드라인, 동료검토의 평가기준을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한국이 최신 OECD DAC 체제규범을 파악하고, 최근 DAC의 동료검토를 수검한 국가들을 분석, 벤치마킹함으로써, 2017년 제2차 동료검토에 대비하고,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 정책의 방향성을 예측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연구 구성 및 방법
본 연구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전환기에 직면한 개발협력을 둘러싼 국제적 동향을 분석하고, 특히 OECD DAC의 주요 체제규범의 양상을 분석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신규회원국 확대, 참여계획 및 참가국 제도 도입 등 OECD DAC의 외연 확장 추세를 파악하고, ODA 재정의 논의의 구체적 내용과 최신 가이드라인을 분석함으로써, DAC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OECD DAC의 주요 규범 논의를 주도해온 영국과 독자적인 원조 가치를 구현해온 일본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하여, 두 국가의 사례를 통해 한국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한국의 개발협력정책의 현황을 분석하고, 2012년에 수검한 제1차 동료검토의 이행결과를 검토하여, 앞서 분석한 OECD DAC의 최신 체제규범 분석을 토대로 한국의 개발정책 방향에 미치는 시사점을 도출, 향후 한국이 선진공여국으로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개발협력정책의 방향을 예측하여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본 연구에서는 OECD DAC의 최신 체제규범을 심층 분석하기 위해 OECD가 발간하는 최신 공식 가이드라인, 2013년 이후 동료검토를 수검한 12개국의 동료검토 보고서, 동료검토를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주제별 보고서와 국내외 관련 기존 문헌자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문헌조사를 활용하였다.
문헌조사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OECD DAC 본부, EU 본부, 심층 사례국으로 선정한 영국과 일본을 연구진이 직접 방문하여, 유관 국제개발기관 관계자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또한, 한국의 최신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개발협력 담당부서, 무상원조 집행기관인 KOICA, 학계, 시민사회 등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하여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정책 수립 과정 분석 및 정책제언 도출에 반영하였다.
II. OECD DAC 체제규범의 변화 배경
본 장은 최근 전환기에 직면한 개발협력의 국제적 동향을 분석하고, 특히 OECD DAC의 주요 체제규범의 양상을 분석한다. DAC은 국제원조 규범을 마련하고 개발협력의 방향을 주도하는 핵심 기구이다. 비록 강제성을 띠지는 않으나 회원국들이 개발협력에 대한 다양한 권고사항과 지침을 반영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회원국 간 정책대화, 동료평가, 정책 가이드라인 작성, 개발협력 관련 지식 및 경험 공유, 원조 흐름에 대한 통계 집계 등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제 개발협력 논의를 주도함과 동시에 회원국들에게 선진공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다.
1. OECD DAC 체제규범의 구성
OECD DAC은 1960년 설립된 유럽경제협력기구 산하 개발원조그룹에서 비롯되었다. 11개 회원국으로 출범한 DAC은 90년대까지 23개의 회원국을 포함하였고 2010년 한국, 그리고 2013년 유럽 5개국이 가입함에 따라 총 29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었다. 최근에는 DAC 가입 기준을 다소 완화하고 가입 의무사항을 강화하는 방향을 정책을 전환하여 신규 회원국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DAC은 사무국 기능을 수행하는 개발협력국 외에도 개발도상국과 파트너십을 수립한 타 OECD 조직과 협업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DAC이 원조효과성을 넘어 개발효과성을 지향하면서 보다 심화되고 있다. 또한 빈곤퇴치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실무 네트워크 및 작업반과 같은 다양한 하위 기구를 두고 있다.
2. Post-2015 개발의제의 대두
새천년개발목표 (MDGs) 달성 시한인 2015년이 다가옴에 따라 2015년 9월, UN은 MDGs를 대체함과 동시에 2016년부터 2030년까지의 목표로서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지평선을 여는 지속가능개발목표 (SDGs)를 채택하였다. SDGs는 총 17개의 목표 (goals)와 169개의 세부목표 (targets)를 담고 있는데 MDGs보다 복합적인 문제들을 반영하며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광범위한 목표이기도 하다. 이에 OECD는 회원국 및 내부 정책과 사업에 SDGs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권고하였다. 더 나아가 OECD가 기존에 추진해 온 업무를 바탕으로 SDGs 달성에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4가지 분야 (정책일관성, 정책대화 및 지식공유 파트너십, 재원 동원, 측정 및 모니터링)를 선정하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기여방안을 제시하였다.
3. DAC 비회원국의 영향력 확대
OECD DAC 비회원국은 상호이득 추구와 같이 기존 DAC 회원국과 유사한 면이 있는 반면 주권 존중, 주인의식, 독립성, 원조사업 투명성과 같은 면에서는 미흡한 면들이 존재한다.
동시에 비회원국의 원조 규모, 정책, 패턴이 서로 상이하기에 비회원국의 특징을 일반화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비회원국의 참여도와 원조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OECD DAC은 비회원국들과 개발재원 측정 방안 논의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3장에서 논의될 OECD DAC의 참여계획과 참가국 제도는 이러한 추세에 대한 DAC의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4. 개발재원과 개발효과성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와 원조 피로현상은 1990년대 말부터 공적개발원조 규모의 전반적 축소를 야기하였다. 또한 MDGs 달성 실패에 따른 원조 효과성에 대한 개도국과 공여국간 입장차이가 보다 극명해졌다. 이 외에도 민간분야와 신흥공여국 참여 확대에 따른 새로운 개발재원의 등장은 개발재원의 다각화에 대한 논의를 가속시켰다. 이러한 개발재원에 대한 논의는 1997년 UN총회에서 개발재원에 관한 고위급 정부 간 파트너십 실무그룹이 구성된 후, 2002년 “몬테레이 컨센서스”를 채택한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한편, 개발협력의 질과 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논의도 보다 활발해졌다. 2002년 로마에서 개최된 제1차 원조효과성 고위급회의을 시작으로 원조효과성에 대한 5가지 원칙이 구체적 선언을 통해 수립되었고, 원조효과성에 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발전되었으며, 2011년 부산에서 개최된 제4차 고위급회의인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4th High-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에서 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을 기존 선진국 관점의 원조효과성 제고에서 개발효과성 확대로 전환하는 것에 합의하고,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글로벌 파트너십 (Global Partnership for Effective Development Cooperation; GPEDC) 선언문이 채택되어, 다양한 주체들의 개발에 대한 역할이 인정되면서 ODA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개발재원의 확대 및 효과적인 운용이 주요 정책과제로 부상하였다.
III. OECD DAC 체제규범의 변화 내용
본 장에서는 신규회원국 확대, 참여 제도 적용 등을 통한 OECD DAC의 외연 확장 추세를 파악하고 40년 만에 이루어진 ODA 재정의 논의의 구체적 내용과 가이드라인, 동료검토의 강조점 변화 양상을 파악한다. 2013년 OECD DAC에 가입한 신규회원국의 대부분이 EU회원국인 바, EU와 OECD DAC 간의 정책 공조 양상도 분석한다.
1. OECD DAC의 외연 확대
OECD DAC은 설립 후 비 DAC 공여국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가져왔다. 이후에도 신흥경제국의 부흥에 따라 개도국 내 입지 확대 및 국제개발협력 내 역할 부상을 인지하고, 이러한 비회원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2005년과 2011년에 각각 발표한 “DAC 외연 확대 전략 (DAC Outreach Strategy)”과 “DAC 글로벌 관계 전략 (DAC Global Relations Strategy)”은 외연 확대에 대한 DAC의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다. DAC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비회원국의 DAC 참여를 도모하고 개발협력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확대중이다. 또한 DAC 활동의 적실성, 영향력 및 효과성을 향상시키고 비회원국을 포용하며 국제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발전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DAC은 비회원국의 DAC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OECD DAC은 2011년 DAC 글로벌 관계 전략을 통해 신흥공여국의 신규 가입을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이에 체코, 아이슬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2013년부터 차례로 신규회원국으로서 가입하였다. 이에 따라 34개 OECD 회원국 중 DAC 회원국은 29개국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DAC 회원국의 전체 ODA 규모 중 신규 회원국들의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비교적 견고한 정책적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소규모의 ODA 지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OECD는 2012년 OECD 조직 파트너십에 대한 이사회 결의안 (Resolution of the Council on Partnerships in OECD Bodies)을 발표하였다. 이 결의안은 주로 OECD 내 하나 이상의 하위조직에 참여하는 비회원국을 파트너국 (partner)으로 지칭하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연합국(associate), 참가국 (participant), 초청국 (invitee)의 자격으로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비회원국과의 협력 증대 중요성과 OECD의 국제 의제 설정기구로서의 역할 강화를 근간으로 한다. 동시에 이 결의안은 OECD 위원회가 위원회 활동에 한 개 이상의 참가국의 참여를 희망할 경우 참여계획 (Participation Plan)을 작성할 것을 명시하였다. 이에 OECD 하위조직인 OECD DAC 또한 이 결의안의 내용을 DAC 참여계획에 반영하였다.
OECD DAC은 DAC 참여계획을 통해 OECD 중요 파트너 국가인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외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콜롬비아 등을 초청국으로 맞이하였다. 그외에도 2014년에 아랍에미리트가 첫 참가국이 되었으며 르완다와 상투메 프린시페가 참여계획 하에 특정 동료검토 회의에 초청국으로 초대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회원제도의 다양화는 DAC 활동 관심 유도 및 회원국 범주 확대, 비회원국 개발협력 이해, 그리고 상호 지식 공유라는 이점을 지닌다.
2. ODA 개념의 재정의
공적개발원조 (ODA)의 정의는 1961년 DAC에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원 흐름을 측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개념화되었다. OECD DAC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개발재원의 양적 규모 확대와 질적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발재원 측정방식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최근 대두된 ODA 개념 재정의는 2012년 DAC 각료급회의를 토대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2014년 12월 각료급 회의에서 그 동안의 논의 결과를 코뮤니케로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ODA 적격기준 및 측정방식의 변경,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총공적개발지원 개념 도입의 필요성, 최빈국에 대한 ODA 확대 등이 있다. 더 나아가 국제금리 하락으로 인해 일부 국가가 정부 예산 대신 국제자본시장에서 저금리로 재원을 조달하여 ODA로 사용함에 따라 DAC 회원국 간 ODA 양허성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었는데 이에 회원국들은 ODA차관 (유상원조)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측정방식을 변경하기로 합의하였다. 총공적개발지원 개념의 경우 개발재원 전반에 대한 투명성 및 책무성 강화,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재원 확대 유인체계 확립 등을 목적으로 한 광범위한 공적개발재원을 측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였다.
3. 가이드라인 강조점 변화
OECD DAC은 여러 이슈에 대한 가이드라인, 매뉴얼, 리포트, 퍼블리케이션 등 다양한 문서를 발간하였다. 각 문서는 원조 이해관계자들이 OECD DAC 규범을 이해하고 이를 실제 원조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중 가이드라인은 OECD DAC의 주요 권고사항을 다루며 매뉴얼은 이를 따르기 위한 세부 매뉴얼과 평가지표를 제공한다. 2011년 이전에는 분야별 가이드라인을 활발히 발간해왔으나, 이후에는 총 4편의 가이드라인만이 발간되었다. 이들은 분쟁 및 취약국, 책무성과 민주적 거버넌스, 그리고 평가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특히 4편 중 3편이 분쟁 및 취약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해당 국가 지원 및 재건 사업, 사업 평가등 유관 분야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지난 5년간 DAC이 분쟁 및 취약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에 책무성, 민주적 거버넌스, 그리고 평가가 주요 이슈로 다루어졌으며 특히 현지 적합성, 정책 일관성, 개발 파트너십과 같은 가치를 강조하였다. 이 내용들은 2010년 이전 발간된 유관 가이드라인과 일맥상통한다.
4. 동료검토 기준 변화
OECD는 동료검토의 독립성, 투명성, 정확성, 분석의 질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모든 OECD 동료검토는 절차를 위한 제반요소, 합의 원칙, 국가 활동 평가기준 및 범위 등과 같은 구조적 요소를 포함한다. 동료검토는 4-5년 주기로 시행되는데 이는 회원국 간 동료압박과 학습을 장려한다. 문헌연구 및 현지조사 결과 2010년 이후 개발효과성과 개발재원에 대한 논의를 제외하고는 DAC 동료검토 평가기준에 새로운 변화는 없었음을 확인하였다. 향후 민간재원의 활용과 SDGs와 같은 규범이 동료검토의 평가항목으로 추가될 가능성은 높으나 현재는 논의중이다. DAC은 향후 지속적으로 동료검토 결과의 전략적 활용을 위해 교훈을 공유하고 DAC에서 합의된 체제규범을 내재화하도록 장려할 것이다.
5. EU와의 공조 강화
28개 회원국을 포함하는 EU는 세계 전체 개발 원조액의 55% 내외를 차치하는 국제 공적개발원조의 최대 공여자이다. 또한 EU 외 총 19개의 EU 회원국이 DAC 회원국으로 활동 중이다. EU는 EU 집행위원회를 통해 공동체 예산을 집행하고 EU와 회원국 간 원조정책을 조정한다. EU는 파리선언을 계기로 채택된 유럽합의를 통해 최초로 회원국의 공동 입장을 공식화하고 EU 원조의 거시적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제도적 개선에도 주력해왔다. DAC 내에서는 고위급 포럼 공동의장으로 참여하고 정책일관성, 취약국 등에 대한 DAC 논의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외 고위급회의와 작업반과 같은 장을 통해 DAC과의 정책공조를 강화하였다. 단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EU 전통회원국 간 원조 정책 차이와 EU 전통-신규회원국 간 상이한 원조 양상을 고려할 때 국제개발정책의 유럽화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IV. 심층국 사례분석
본 장에서는 2013년 이후 동료검토를 수검한 회원국들의 동료검토 보고서를 분석하여 규범의 변화에 따른 강조점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제2차 동료검토 시 대응방안을 도출하였다.
이를 위해 2013~14년 동료검토 수검국 중 권고사항의 이행률이 가장 높은 영국 (80%)과 비이행률이 가장 높은 일본 (37%)을 사례국으로 선정하여, 2015년 7월, 8월 각각 방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양국의 동료검토 결과 및 권고사항의 이행방식을 파악, DAC 규범의 내재화 및 활용방식을 유추하였다.
1. 영국
영국은 2010년 동료검토에서 제안된 7개 분야 19개 권고사항 중 15개 실행, 2개 부분 실행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 전략적 지향 (타 부처와의 협력 강화), △ 조직과 관리(2014-15 국제개발법 의결), △ 원조제공 및 파트너십 (IATI에 모든 정보 제공), △인도적지원 (분쟁·취약국 지원 전략 마련) 관련 권고사항을 모두 준수했을 뿐 아니라, G20 국가 중 최초로 ODA/GNI 비율 0.7% 달성을 실현한 점과 젠더, 기후변화 등 범분야 이슈에 대한 DAC 내 논의를 주도한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반면 개선사항으로 △ 성과에 대한 연구 분석 및 보고 강화, △ 파트너국의 개발 목표에 부합하는 원조 제공이 권고되었다.
2. 일본
2014년 동료검토에서 일본은 지난 동료검토 시 제안된 19개 권고사항 중 7개 실행, 5개 부분실행, 7개 비실행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실행된 분야로는 △ 전략적 지향 (개발협력대강 및 연도별 중점방침 수립을 통한 명확한 비전 마련), △ 조직과 관리 (외무성과 JICA의 역할분담 명확화), △ 원조 효과성과 성과 (평가 조직 개편), △ 인도적 지원 (분쟁 상황 내 인도적 활동의 목표에 대한 정책 강령 수립, 인도적 지원에 관한 국제 규범 이행)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향후 개선과제로, 정책일관성 개선, 취약국에 대한 지원 확대, 0.7% 목표 달성을 위한 증액, 비구속화 원조 비율 확대, 개발에 관한 국내적 인식 강화 및 참여 기회 확대, 개발효과성 향상을 위한 조직 및 인원 강화 등이 제안되었다.
3. 한국에의 시사점
영국과 일본은 DAC 체제규범의 준수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영국은 0.7% 원조비율 달성, 원조의 비구속화, 분쟁 및 취약국 지원, 범분야 이슈의 주류화 등 DAC의 주요 규범 및 가이드라인을 적극 준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는 영국이 자국의 원조 규범을 실행해 온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파악할 수 있다. 영국은 국제개발협력분야를 주도하며, 자국의 원조 규범을 DAC의 체제규범으로 내재화해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DAC의 체제규범을 모범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영국은 우수한 동료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분야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근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폭넓게 다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였다.
일본의 경우, 명확환 원조 배분 기준 마련 및 비구속성 원조 확대, 외교정책 목표와 개발 목표 간의 균형 유지 등이 지난 동료검토를 통해 지속적으로 권고되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DAC의 창립멤버임에도 불구하고 DAC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원조 효과성과 책무성 강화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은 동료검토를 활용하여 자국 원조의 구체적 성과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고,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은 일본 원조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영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DAC의 체제규범 및 가이드라인은 구속력이 없으나, 동료검토를 통해 회원국 간 규범의 이행 여부를 비교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 속에서 동료검토 결과는 회원국이 DAC 내 의제형성에 있어 주도력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적 지지 기반 확보의 주요 외부 기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한국이 DAC 내 의제수립국 (agenda setter)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국민들로부터 보다 폭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DAC 회원국으로서 ODA의 적정 규모와 질적 기준을 준수하고, 회원국으로서 요구되는 다양한 정책규범과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V.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정책과의 연계 방안
본 장에서는 한국의 국내 개발협력 환경 변화, 특히 OECD DAC 가입 이후 수검 받은 제1차 동료검토의 권고사항 별 이행사항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여 한국 ODA의 현주소를 파악한다. 또한, 앞장에서 살펴본 OECD DAC의 최신 규범체제와 선진공여국의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의 중장기 개발협력정책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한다.
1. 국내 개발협력 환경 변화
한국의 ODA 규모는 2013년을 기준으로 USD 17.5억, ODA/GNI 대비 0.13% (OECD DAC 회원국 평균은 0.29%)를 기록하여, 총규모 면에서는 한국이 OECD DAC에 가입한 전후와 비교하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5년간 (’10~’14) OECD DAC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연평균 증가율 (12%)을 기록하였다. 반면, ODA/GNI 비율은 2008년과 비교하여 0.09%에서 0.13%로 소폭으로 증가하고는 있으나, 2014년의 ODA/GNI 잠정 비율은 0.13%로 2015년까지 0.25%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지키지 못하였다. 또한, 원조의 질적 측면을 평가하는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나, 2014년 현재 62%로 목표치인 75%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2. 동료검토 이행결과 분석
한국은 2008년에 DAC 가입을 위해 특별동료검토를, 2012년에 제1차 동료검토를 수검받았다. 2008년 특별동료검토에서 권고사항에 따라 국제개발협력법을 제정하고 ODA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는 등, 법적, 제도적 추진기반을 구축하였다. 제1차 동료검토에서는 ODA/GNI 비율 이행목표 달성, 개발협력전략 보완, ODA에 대한 투명성 및 책무성 강화, 평가 체계 개선,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한 비구속성 원조 개선,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권고받았다. 2015년 11월 한국 정부는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2016~2020년) 안을 최종 의결하였고, ① 통합적인 ODA, ② 내실 있는 ODA, ③ 함께하는 ODA를 ‘3대 원칙’으로 제시하여, 각각 사전에 통합전략과 계획을 수립하여 원조의 분절화를 최대한 방지함으로써 통합적인 ODA 정책을 실행할 것, 평가 기능의 독립화를 추진하여 내실화를 도모할 것, ODA 사업에 시민사회, 학계,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개발재원 확대를 위해 민간재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독려할 것을 발표하였다.
3. OECD DAC 규범과의 연계 방안
한국은 동료검토 권고사항을 수렴하여 개발협력정책에 반영, 개선한 분야가 비교적 많다. 즉, 한국은 DAC 회원국으로서 동료검토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관 정책 수립에 있어 동료검토의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동료검토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DAC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책규범과 가이드라인, 동료검토 평가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최근 개발협력 분야의 지형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개발주체의 참여, 개발재원의 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화가 불가피하다. 2013년 이후 도입된 동료검토는 원조효과성이 아닌 개발효과성에 초점을 두고 실질적 개발성과 및 상호 학습 강조하고 있으며, 개발재원을 폭넓게 정의하여 기존의 ODA 뿐만 아니라 기타 개발재원까지도 분석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즉, 민관협력, 민간기업의 참여 확대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며, 주요 이해관계자의 역할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여야 한다. 예산 배분 및 객관적인 조정자의 입장에서 선 국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그것이다. 한국이 파트너국 모범사례에서 나아가 한국의 발전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함으로써 모범적인 공여국으로 도약해야할 시점에서 2030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목표와 방안 수립도 필요하다.
VI. 정책제언
본 장에서는 한국이 최근 변화된 OECD DAC의 주요 규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의제수립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OECD DAC 작업반 활동 참여 확대
DAC의 규범 및 가이드라인의 변화는 주로 DAC 내 작업반을 통해 촉발된다. 따라서 한국이 DAC 내 규범수립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DAC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7개 작업반을 적극 활용하여 활동 범주를 넓혀나가야 한다. 특히 작업반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편하고 작업반 내 의장 혹은 부의장이 배출되어 영향력을 확대해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작업반들이 다루지 않았던 개발이슈에 관한 새로운 작업반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2. 신흥공여국과의 공조 확대
OECD는 국제사회에서 증대되는 비회원국의 영향력을 인식, 비회원국의 참여를 유인하는데 힘쓰고 있다. DAC의 경우, 참여계획과 글로벌 관계 전략을 통해 비회원국과의 협력 강화를 주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DAC 회원국들은 비DAC OECD 회원국, 아랍국가, BRICS 등이 DAC 활동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한국 또한 신흥공여국의 DAC 활동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벨기에, 포르투갈의 사례처럼, 한국의 제2차 동료검토 수검시 방문하는 현지조사 대상국을 DAC 동료검토 회의에 초청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할 수 있다. 한국은 신흥공여국과의 공조를 통해 상호 개발협력 경험을 공유하고 DAC 체제 내로 연계함으로써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한다.
3. SDGs 연계 강화
OECD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SDGs를 달성할 수 있도록 △ 정책일관성, △ 재원 동원 (조세제도 개편 등), △ 정책공유 및 지식공유 파트너십 구축, △ 지표 측정과 모니터링 등 네 가지 방안에 대해 기여할 계획임을 발표하였다. 한국은 OECD가 제공하는 정책대화와 지식공유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효과적인 SDGs 이행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KOICA 차원에서는 SDGs와 기존 원조 사업 간의 연계성을 강화해야한다. DFID의 경우처럼, 17개 개발목표 중 한국의 원조 목표 및 비교우위에 보다 적합한 분야를 선택하고 그 분야에 집중하여 이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사무소 및 국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활발한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
4. 정책일관성 개선
OECD DAC의 정책일관성에 대한 강조는 SDGs 내에서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OECD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이 도입될 때 정책 간 시너지 창출, 상쇄효과 (tradeoff) 규명, 파급효과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권고한다. 제1차 동료검토에서 정책일관성 강화를 위해 범정부적 의제수립, 정치적 역량 확보, 개도국 영향 분석 보고 강화 등을 권고 받았다.
개발협력분야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아직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개발을 위한 정책일관성(PCD)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SDGs 이행을 도모하는 차원에서도 정책일관성을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국제개발위원회 내 정책일관성 관련 소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관련 부처 실무담당자 및 민간위원이 참여하여 정책일관성 관련 정부 지침 및 매뉴얼을 수립하고, 정책일관성 달성을 위한 실질적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5. 다양한 개발재원 활용방안 마련
OECD DAC은 기존 ODA의 한계를 인식하여 2014년 말 ODA 적격기준 및 측정방식을 변경하기로 결정하였다. 향후 ODA 재정의에 대한 통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동료검토에 반영할 계획이며, 향후 SDGs시대의 이행수단으로서 다양한 개발재원 역시 강조됨에 따라 DAC내 논의가 확대되고 동료검토를 통해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관련 부처 및 시행 기관 차원에서 민간 재원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독자적 개발재원 확대 방안을 추진해 온 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통해 개발재원 확대에 대한 관련 부처의 입장을 공유하고 각 기관 간 조정 및 협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KOICA는 무상원조에 있어 다양한 민간재원을 활용해 온 타 원조기관들의 사례를 심층 연구하고 공동 사업을 시범 실시함으로써 개발재원의 다각화를 통한 혁신적 사업 유형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6. 분쟁·취약국에 대한 지원 전략 구체화
OECD DAC은 2011년 이후 발간된 분쟁·취약국 지원에 관한 3편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분쟁, 갈등, 빈곤 등의 이유로 원조를 개발로 전환시킬 역량이 부족한 국가에 대한 새로운 원조 원칙과 목표, 집행방식을 제시해왔다. 시리아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분쟁·취약국 문제에 대한 원조활동이 DAC 내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될 것으로 판단되는 바, 한국도 분쟁·취약국 지원에 대한 국내 이해증진에 앞장서며, 관련 원칙 및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2012년 국내 원조 집행기관 중 유일하게 ‘취약국 지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KOICA 역시 새로운 OECD DAC의 권고사항을 반영하여 취약국에서의 무상원조 사업 형성 및 이행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분쟁·취약국을 위한 원조 프로그램이 광범위한 바, KOICA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은 DAC 가입 (2010) 및 부산 총회 개최 (2011), 제1차 동료검토 (2012)를 통해 ODA 규모 확대 기반을 마련하고 원조 추진체계를 정비했을 뿐 아니라, 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제고했다. 특히 OECD DAC의 동료검토는 우리의 원조 현황을 돌아보고 보완점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정책 논의를 앞당긴 기회로 활용되었다. 2017년 제2차 동료검토를 앞두고 한국은 현재까지의 이행노력을 점검하고 변화된 개발협력 환경에 맞추어 새로운 정책방향을 모색할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이를 잘 활용하여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이 목표로하는 통합적인 ODA, 내실 있는 ODA, 함께하는 ODA를 실현할 기반을 구축하고, 우리 외교의 새로운 브랜드인 인도주의 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