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개발협력 분야에서는 1990년대까지 대부분의 사업이 독립적인 프로젝트(Stand-alone Project)로 진행되어왔으나, 이러한 형태의 사업들이 중복성을 야기하고 여러 문제점을 노정함에 따라 원조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프로그램형 접근법(Programme-Based Approach, 이하 PBA)이 대두되었다. 여기서 PBA는 ‘수원국 주인의식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해당 국가 주도의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공여국 간의 조율된 지원을 원칙으로 개발협력에 참여하는 접근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4가지 요건1)을 모두 충족하는 것으로 정의된다(OECD DAC, 2006b). PBA는 1990년대 공여국 중심의 파편화되어 제공된 개별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통합된 프로그램 형식을 통해 원조 효과성을 제고하는데 있어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PBA는 모호한 정의와 네 가지 충족 요소 중 하나인 ‘수원국 시스템 활용’의 목표 및 지표가 중복된다는 판단 하에, 부산글로벌파트너십(Busan Global Partnership for Effective Development Cooperation, 이하 GPEDC)에서는 독립적인 이행지표로 제시되지 않았으며, ‘수원국 시스템 활용’ 논의의 측면에서 더 세부적으
로 다루어졌다.

수원국 시스템 활용에 대한 필요성 또한 PBA와 함께 원조효과성 측면에서 논의되어 왔는데, 수원국 시스템 역량 강화와 활용에 대한 논의는 수원국의 주인의식과 공여국의 원조조화 강화 측면에서 점차 탄력을 받게 되어 최근 GPEDC에서 독립적인 지표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논의 흐름과 함께, 국제사회의 원조 조달 형태가 점차 다변화됨에 따라, 원조 사업 추진시, 수원국 시스템을 활용할 기회는 점차 증가하였다. 하지만 수원국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수원국의 시스템을 신뢰하여 체계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공여국의 재원을 맡기는 것으로서 공여국의 측면에서는 원조를 제공하기 전에 수원국 시스템의 건전성을 확인하고 잠재적인 리스크를 미리 인식·완화·모니터링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이는 수원국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시스템 활용과 자체 모니터링을 통한 시스템 향상 측면에서 스스로의 시스템 건전성을 확인하고 향상시켜나가야 할 의무와 필요성이 증가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PBA 및 수원국 시스템 활용에 대한 파리선언의 이행 성과 및 평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의 진전(progress)은 있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거나 권고사항의 이행이 저조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수원국 시스템 활용의 경우에는 수원국 시스템의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지더라도, 공여기관의 측면에서는 실제 수원국의 재정 남용에 대한 두려움, 공여기관의 규정 때문에 수원국의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등의 이유로 리스크를 관리하기보다 회피하려는 태도로 인해 이행 성과가 저조하게 나타났다고 OECD DAC은 밝히고 있다(OECD DAC, 2012). 이처럼, PBA 및 수원국 시스템 활용 활성화의 문제는 결국 ‘수원국 시스템의 건전성을 파악하고 잠재적인 리스크에 대비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KOICA 또한 국제적 논의에 발맞춰, 원조효과성 증대를 위한 원조 조달 다각화 방안을 강구하는 측면에서 수원국 시스템을 활용할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PBA 및 수원국 시스템 활용에 앞서, 수원국 시스템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수탁자 리스크(Fiduciary Risk)를 분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수단 및 절차 등이 부재하여, 실제 활용을 증가시키는 것이 제한적임에 따라, 수원국 시스템 활용 시, 리스크 관리에 대한 면밀한 연구 및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앞서 진행된 PBA와 수원국 시스템 활용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동 주제를 수탁자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특히 DFID 사례의 경우, 공여기관이 수원국 시스템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일련의 시스템을 갖추고, 리스크를 앞서 이해하고 완화하며, 이를 모니터링 하는 절차, 지표 풀, 체크리스트 등의 자료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여, DFID의 사례연구를 통해 수원국 시스템 활용 측면에서 리스크의 이해·완화·모니터링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절차와 방법을 다루었다. 본 연구는 크게 여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에 이어 두 번째 장에서는 PBA의 정의 및 활용에 대해 다루고, 세 번째 장에서는 PBA의 연장선상에서의 수원국 공공재정/조달시스템의 정의와 활용에 대해 선행연구 이후 2011년 부산선언 및 2012년 파리선언 이행 성과 및 평가를 통한 논의를 문헌연구를 통해 정리하였다. 네 번째 장에서는 수원국 시스템 활용에 앞서 수원국 시스템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도구들에 대해 소개하고, 각각의 도구들을 통해 점수를 도출하는 절차에 대해 상세히 밝히도록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DFID의 ‘How to note(2011)’에서 소개된 ‘재정 지원 시 수탁자 리스크 관리(Managing Fiduciary Risk when Providing Financial Aid)’의 원칙과 방법, 절차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같은 공여기관으로서 KOICA가 얻을 수 있
는 시사점은 아래와 같다.

먼저, PBA 및 수원국 시스템 활용 시, 제일 먼저 ‘리스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기초되어야 한다. DFID는 본 가이드라인에서 리스크가 관리(treat)되고 수용(tolerate)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수탁자 리스크를 평가하는 목표는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원조사업 수행 시, 사업 관리자들은 수탁자 리스크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양한 리스크의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여 잠재적인 리스크를 미연에 완화하고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가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해외사무소의 주도 하에 ‘현장 중심’의 수탁자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DFID는 수탁자 리스크 가이드라인 전반에서 해외사무소 중심의 리스크 관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수탁자 리스크가 해당 국가의 거버넌스 및 역사적, 정치·경제적 맥락에서 각각 상이하게 나타나며, 해당 수원국의 상황에 따라 리스크의 세부 내용들이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점에서 해외사무소가 수원국의 환경에 가장 가까이 위치해있으며 수원국 정부와의 직접적인 소통이 비교적 쉬우므로 수탁자 리스크의 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 기인한다. KOICA 또한 내부적으로 ‘수원국 시스템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2014a)2)’을 수립하여 사업 발굴 및 승인 절차부터 보고 및 모니터링을 현지사무소 주도로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현장화 추진방안 로드맵(2014b)3)’을 수립하여 현장중심의 사업을 통한 원조효과성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적극적인 수탁자 리스크 관리를 통해 사업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현장화 추진방안에 수탁자 리스크 관리를 포함시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불어 해외사무소의 책임 부여와 함께 현지사무소가 리스크를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 또한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로는 공공 세출과 재정책무성(Public Expenditure and Financial Accountability, 이하 PEFA), 조달 진단 방법론(Methodology for Assessing Procurement System, 이하 MAPS)와 같이 수원국 시스템을 평가하고 리스크를 파악하는데 활용되는 도구들은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는 사항이며, 수탁자 리스크 관리는 결국 사업 관리자의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DFID는 리스크를 평가할 때, PEFA나 MAPS와 같은 협력국 시스템 평가 도구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동 수단과 DFID가 시행하는 표준 수탁자 리스크 평가(Fiduciary Risk Assessments, 이하 FRAs)는 서로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 수단들이 DFID의 자체적인 의사결정이나 목적을 위해 필요한 FRAs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확실히 밝히고 있다. 더불어, 각 국가의 상황과 사례마다 어떤 방법이 적용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다는 점을 확실히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사무소와 사업관리자는 시스템 평가 도구를 통한 정보뿐만 아니라 해당 협력국의 전반적인 상황 및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도모해야 하며, 필요시에는 현지 컨설턴트를 고용하거나 해당 수원국 정부 공무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능한 한 최선의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탁자 리스크에 대한 조사 및 분석 업무는 수원국과 함께 협력하여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해외사무소가 수원국 시스템의 리스크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완화 및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는 수원국 정부의 다량의 정보가 필요하며, 양질의 보고서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원국과의 협력 관계가 필수적이다. DFID는 특히 단기적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한 세이프가드 설계에 있어 수원국의 전반적인 공공재정관리(Public Financial Management, 이하 PFM) 사이클을 이해하고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협력국 정부, 시민사회 등과 파트너십을 이루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더불어, 모니터링 단계에서 해외사무소는 성과 지표를 선정할 필요가 있는데, 공여국 주도의 성과 지표보다는 수원국 정부 자체의 개혁 프로그램에 기반한 지표나 대상, 단계를 설계하고, 만약 수원국의 시스템이 미비한 경우 이에 대한 역량강화 지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수원국 시스템 리스크에 대해 이해하고, 완화하고, 모니터링하는 모든 절차에 있어 해외사무소가 수원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해외사무소는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수원국 정부와의 대화 기회뿐만 아니라, 원조 사업 시 수원국 정부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을 원조 사업 사이클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본 연구보고서는 DFID의 사례 연구를 통해, 원조효과성을 제고하고 원조 다각화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PBA 및 수원국 시스템 활용 시 고려해야 할 수탁자 리스크에 대해 살펴보고 KOICA에 가지는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수탁자 리스크는 항상 존재하고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최대한 이해하고, 완화하며 모니터링하는 것은 향후 한국 원조사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효과성 제고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KOICA가 PBA 및 수원국 시스템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수탁자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1) PBA의 4가지 요건
① 수원국 또는 현지기관의 리더십
② 하나의 포괄적인 프로그램 및 예산틀
③ 공여국의 보고, 예산책정, 재정관리 및 조달을 위한 공식적인 공여국 조정 및 조화 절차
④ 프로그램 설계 및 실행, 재정관리 그리고 감독 및 평가를 위한 현지 체제의 활용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

2) KOICA. (2014a). 수원국 시스템 활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내부문서.
3) KOICA. (2014b). 현장화 수정 로드맵(3단계 이행계획), 내부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