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2015년 9월 UN 뉴욕 본부에서 2030 개발의제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어, 17대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된 지속가능개발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가 발표되었다. 2030 개발의제의 핵심 원칙들 중 하나는 ‘No one left behind (누구도 뒤쳐지지 않음)’ 으로써, 개발의 ‘포용성’을 주된 가치로 추구하고 있다. 즉, 모든 형태의 빈곤을 근절하고 다양한 계층을 경제발전 과정에 포함시킴으로써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달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국제사회에서 합의되지 않아 정의 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용적 성장은 빈곤 계층의 삶 개선과 기회 향상을 뜻한다. 그러나 이것이 무엇을 수반하며 무엇과 연계되어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포용적 성장의 의미가 정책 목적을 결정짓기 때문에, 포용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기획된 정책 목표 역시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White (2012)가 목적에 대한 불확실성은 정책입안자들에게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듯이, 정의의 불분명성으로 인해 포용성이 촉진되지 않을 수 있으며, 정책의 효과성이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포용적 성장에 관한 강조가 심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의에 대한 논의는 매우 시급하다 할 수 있다.

포용적 성장의 정의에 관한 논의는 성장주의의 상징인 Washington Consensus에 대한 회의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소득불평등, 교육, 보건의료, 환경 등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포용적 성장의 주요 요소 중 소득불평등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기타 발전(development)과 빈곤의 척도인 사회적 요인들은 대안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담론과 함께 제시되고 있는 포용적 파트너십 논의에서는 단순히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개발협력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성장과 발전의 ‘포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결합양식을 전개하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이러한 가운데 본 연구의 제2장에서는 포용적 성장을 1) 성장과 재분배 2) 친빈곤적 성장 3) 포용적 성장 4) 포용적 성장의 측정 문제 측면에서 논의 한 후 포용적 성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기회와 평등으로 정의하였다. 초기 국제개발협력 논의에서의 성장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으나, 결국 이러한 불평등의 해소는 다시 성장을 지속하여 전체적으로 나눌 수 있는 자원을 키우면 자동적으로 달성될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달선하고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자동적으로 해소되지 않아, 성장의 재분배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 빈곤층이 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친빈곤적 성장 (pro-poor growth)’ 방안에 대한 연구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친빈곤적 성장과 포용적 성장은 개념면에서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데, 성장의 재분배에 초점을 두었던 친빈곤적 성장에 비해 포용적 성장은 빈곤 감소를 위해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전제조건으로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용적 성장은 단기적인 GDP 또는 GDP per capita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섹터에서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지 하에서 경제 다각화를 위한 구조개혁 등의 이슈가 중요하게 다루어 질 수 있다. 또한 포용성이 시장과 자원에 대한 접근 및 비즈니스와 개인에 공정하게 적용되는 규범적인 환경에서의 기회의 균등을 의미하는 가운데,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포용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Kakwani and Pernia (2000)은 더불어 포용적 성장이 “혜택 공유 및 참여”를 의미한다고 제시한다. 따라서 참여는 과정과 성과 두 가지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고용 비율의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즉, 포용적 성장은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성장의 성과 분배와 무관하지 않고, 이러한 성과의 분배가 결국은 참여기회에 영향을 주는 순환 논리를 인지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Ramos et al. (2013) 는 이익을 공유하는 것과 참여의 관계에 주목하며, 포용성을 측정할 때, 이 두 측면에 대한 지표를 세분화함으로써 정의를 발전시켜왔다. 이익의 불합리한 공유는 빈곤과 불평등으로 대표되며, 이는 친빈곤적이고 포용적인 성장이 해결해야할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었고, 고용률로서 참여를 측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에서 포용적 성장은 성장의 속도와 방식 (pattern)에도 주목하고 있는데, 성장이 어떤 방식으로 빈곤 감소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려와 함께 포용적 성장 전략이 개별 국가의 상황에 맞게 확립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포용적 성장은 소득의 재분배 보다는 생산적 고용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포용적 성장은 단순히 고용비율을 증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졌는지에도 주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이슈들은 포용적 성장을 측정하고 그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우며, 완전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포용적 성장에 대한 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건설적인 재고의 여지를 남겨둔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의 사회정치적 권리 박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다수의 개발도상국가에서 빈곤층이 직면한 문제는 경제적 수입의 격차 뿐 만 아니라 비경제적, 비소득적 요인에서도 기본적인 권리와 기회가 심각하게 박탈당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층의 정치, 경제, 사회적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포용적 성장의 가장 큰 요소는 기회와 참여의 평등이다. 기회의 평등을 통해 사회평등과 정의를 실현하고,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 확대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 불평등 구조는 기본적으로 ‘기회의 불평등(취업, 교육, 의료 등 경제생활을 위한 진입조건에서의 차별구조)’과 진입 이후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 정도에서 발생하는 ‘결과의 불평등(수입과 재산 축적의 불평등)’으로 대별되는데, 사회적 약자 계층이 수용하기 어렵고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문제는 진입조건에 해당하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이다. 따라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책의 중점도 결과적 불평등의 해결보다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적으로 중요하다고 간주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 역시 포용적 성장 논의에서 간과 할 수 없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폭넓게 공유하고,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복지혜택을 받음으로써 민중의 실질적 자유를 신장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의 필수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포용적 성장은 개별 기업이나 비즈니스가 아닌 ‘개인’이 분석의 대상이 된다. 기존의 GDP 또는 GDP per capita가 가구 (household) 중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과 분배의 정도를 측정하는 반면 포용적 성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개인에의 기회와 성장의 혜택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함을 의미하고 있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 측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까지 그 개념 및 정의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제3장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성장과 불평등이 실제로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석시기인 14년 (2000년 - 2013년) 중 7년 이상의 값을 갖고 있는 26개 국가를 대상으로 성장에 따른 불평등 정도를 살펴보았다. 경제 성장에 대한 지표로는 GDP per capita을 활용하였으며, 불평등은 지니계수 (Gini coefficient), 인간개발지수 (Human Development Index), 취학률(enrollment rate), 고용률 (employment rate)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콜롬비아의 경우 소득상승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요소가 개선되지 않은 반면 인간개발지수는 상승하였다. 취학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여성을 포함한 전체 고용률이 상승되어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감소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페루는 경제성장과 함께 불평등이 감소되고 인간개발지수가 상승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고용률이 높아져 이에 대한 불평등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전체 취학률이 하락하여 교육 기회가 감소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볼리비아에서는 콜롬비아와 마찬가지로 소득상승에 발맞추어 인간개발지수는 상승했으나 불평등에 대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여학생의 취학률이 더 크게 감소하여 교육 부문에서 남녀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파라과이는 소득이 감소하면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소득이 증가하면 지니계수가 하락하는 형태를 보였다. 또한 취학률 및 고용률에서도 남녀 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인간개발지수는 경제 성장과 함께 상승했으나, 지니계수는 하락했다. 교육 기회의 경우 남녀 간의 격차는 크지 않았으나, 고용의 기회에서는 불평등이 존재함을 추정할 수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따라 완화되었다. 반면 교육 부문에서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존재했다. 브라질의 불평등, 인간개발지수, 여성의 고용률은 모두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 불평등이 완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에콰도르에서는 경제 성장과 동시에 인간개발지수가 상승하고 지니계수는 하락하여 불평등이 완화됨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교육 및 고용적 측면에서 역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은 해소되었다. 칠레 역시 GDP 성장에 따라 인간개발지수 및 불평등은 개선되었으나, 교육 및 고용 부문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파나마의 불평등 및 인간개발지수는 향상되었으나 취학률 및 고용률을 통해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벨라루스의 경우, 인간개발지수는 증가했으나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또한 교육 부문에서 여성에 불평등은 개선되었으나 고용적 측면에서는 불평등이 존재함을 확인했다. 세르비아의 불평등 요소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며, 인간개발지수는 상승하다가 최근 감소했다. 고용률의 격차는 개선되었으나, 남녀 대비 여성의 고용률이 낮아 불평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은 경제성장에 따라 불평등이 완화되고 인간개발지수 역시 상승되었다. 또한 취학률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거의 볼 수 없었고, 고용률에서는 격차가 점차적으로 감소되는 것으로 보아 불평등이 완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4장에서는 두 가지 중남미 국가의 포용적 발전을 위한 혁신적 PPP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포용적 파트너십을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첫 번째 사례는 브라질의 Pro Uni (University for all)다. 동 프로그램은 사립 대학교에 진학한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 할 뿐만 아니라 인턴쉽 기회를 제공하여 학업기간동안 일정 소득을 보장해준다. 동 프로그램은 참여 학생의 가계소득 증가 및 취업률 상승으로 이어져 효과적인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이수률을 핵심으로 하여 포용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사례인 ‘여성을 위한 양질의 고용 창출’ 이니셔티브는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 민간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합의를 통해 여성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코스타리카에서 처음 시행 된 동 이니셔티브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34개의 프로젝트 지원 네트워크가 창설되었으며, 파나마와 페루에도 도입되어 현재 이행 중에 있다. 두 사례조사는 포용적 성장달성을 위한 다양한 섹터 및 주체간의 포용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동 연구보고서는 결론으로 포용적 성장이 실제 개발협력 사업에 반영위해서는 첫째, 포용적 성장을 보다 확장된 개념인 ‘포괄 섹터 이슈’로 인식하여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즉,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측면에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며, 산출물 중심이 아닌 영향을 도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이는 공공행정, 교육, 보건 및 사회 인프라, 경제 인프라, 환경 등 다양한 분야들의 결합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또한 경제성장의 소득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가치사슬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KOICA가 SDGs 5대 브랜드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Better Life for Girls)’는 여아/소녀의 생애주기형 복합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강화 및 소득 수준 향상/재산권 등에 대한 논의가 추가된다면 포용적 성장을 SDGs 안에서 구현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수원국이 국내 불평등을 파악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포용적 성장은 국가별로 상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국가별 포용적 성장 지원전략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더불어 개발지원에 대한 수혜자 집단이 규정됨으로써,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포용적 성장은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따라서 남미의 포용적 성장 사례에서 조사되었듯이 수원국의 정책 우선순위와 수혜자 집단 선정 및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구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포용적 파트너십이 수립되어야 한다. 수혜자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공공 및 민간 주체들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가 제공되어 포용적 파트너십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를 통해 포용적 성장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