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개발협력 분야에서 對중진국 원조 적정성에 대한 논의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OECD DAC은 빈곤해소의 최우선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정된 공적재원에 따른 원조 피로와, 민간재원의 다양화 및 DAC 국가 이외의 신흥공여국의 등장은 이러한 논의를 더욱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소득이 일정수준에 이른 중소득국들은 경제적으로 안정권에 진입함에 따라 재원의 흐름에 유동성이 확보되고 결과적으로 ODA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일부 중소득 국가의 경우 먼저 ODA 중단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ODA를 유지하더라도 저소득 국가와는 다른 방향의 접근을 요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 및 공여국의 지원 및 사업 참여 방식에 변화가 발생하고, 수원국 입장에서 ODA 의존도가 낮아지는 만큼 공여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 속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국가에 대한 양자 ODA 종료를 선언한 선진공여국의 사례는 이미 상당수 존재한다. ODA의 감소 및 중단은 수원국의 사회・경제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자 원조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서 이해할 수 있으나,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긍정적 및 부정적인 부분이 모두 나타나는 만큼, 다양한 시각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ODA 중단, 종료 및 출구 등의 용어에 대한 편견이 다소 존재하는 가운데 출구전략은 국가 간 외교 및 경제 전략과 다분히 연관성이 높다. 특히 ODA가 단순 지원 차원을 넘어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그 시작과 끝, 나아가 다음 단계로의 연속성 있는 관계 변화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반드시 있다. 선진공여국을 중심으로는 일부 중고소득 국가에 대해 ODA 출구전략을 수립하고 점진적으로 ODA 감소 이행방안을 마련하여 출구전략 대상국가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고자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KOICA 국별 지원전략에서도 유사한 수요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전략의 수립 및 방향성 모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관련 자료 조사 및 전략 분석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KOICA 지역별 지원은 아시아가 35.2%로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데,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상당수가 중고소득국에 해당하며,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더라도 최빈국에 33.5% 중고소득국에 40.6%를 지원하고 있는 바, 향후 중고소득국 지원에 있어 ODA의 방향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출구전략이란 경제정책 용어로 경기 부양 조치로 실시된 각종 완화 정책의 정상화를 일컬으며, 즉, 일시적으로 가해진 전략 및 정책으로부터 손실을 최소화하며 철수하여 정상화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국제개발협력에서 적용하자면 ODA 출구전략이란 기존의 ODA 사업과 프로그램을 지원해오던 국가 및 지역에서 재원을 철수하기 위한 계획 및 이행수단을 의미하며, ODA를 통해 얻은 이득이 철수로 인해 위태로워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ODA를 일시적으로 가해진 유동성 공급으로 본다면,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ODA로 인해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ODA 철수를 통한 정상화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렇듯 ODA 철수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는 가운데, ODA 철수에 대한 표준 절차 및 가이드라인 수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공여기관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출구전략 수립에 노력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명확한 개념 정립 및 정책 지침이 미비하고 장기적인 개발협력 정책과의 일관성이 결여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화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는 철수가 특정 절차에 따라 엄격한 통제 하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여건 및 상황에 맞는 적합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고 이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각국의 외교・ 정치・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포함하는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넓어, 철수라는 것에 대한 의미와 해석부터 광범위하게 일고 있는 것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한편, ODA 중단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적정 수준의 물가 상승 유지, 높은 투자율 달성, 국내 재원 동원을 위한 적극적 노력, 제조업 분야 성장을 동반한 산업 구조 변화(structural change) 등 거시 경제적 안정성이 뒷받침되었을 때 개발도상국에서 ODA 중단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실제 ODA 중단 및 감축에 대한 논의는 일반적으로 공여국의 정치적인 이유나 조달 가능한 재원 감소에 따르며, 특히 국가 단위의 원조 중단 결정은 정치적 동기가 주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원국이 ODA 중단을 주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게 나타났다. 원조철수의 결정요인은 다양하지만, 어떻게 최적으로 원조 중단을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수의 선행연구에서 공통으로 다루고 있는 원조출구전략의 주요 원칙으로 투명성(transparency), 포용성(inclusion),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 도의적의무(obligat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을 강조하였다. 이 외에도 보다 실무적인 수준에서 1) 국가 주인의식 증진(Advance country ownership); 2) 개발 수준에 따른 원조 전이 준비 여부 확인(Determine transition readiness by development progress); 3) 개발을 위한 공공부문 국내재원 동원(Mobilize public sector domestic resources for development); 4) 포용적 성장을위한 민간부문 투자 촉진(Catalyze private sector investment for inclusive growth); 5) 투명성, 평가, 책무성 우선(Prioritize transparency, evaluation, and accountability); 6) 개발성과 보호 및 발전 지속(Safeguard gains and continue progress); 7) 책임있는 전이의 결과(Celebrate responsible transitions) 원칙 등이 제시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좋은 출구전략이라 함은 현실적인 기간, 상호 간의 신중한 계획과 협의, 융통성의 측면으로 고루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 원조 의존성을 극복할 역량이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하지만 출구전략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무적으로 반영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또한 경제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빈곤 지형 및 중소득국의 주요 도전과제들은 중소득국 원조의 필요성을 다시금 제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반영하여 선진공여국은 접근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중소득국의 경제 발전단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경제협력 및 기술협력을 확대하고, 삼각협력 및 글로벌 공공재 등 새로운 파트너십을 모색함으로 ODA 출구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대표적 선진공여국으로 과거 원조 중단 경험이 다수 존재한다. 두 국가의 원조 중단 일부 사례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기존의 개발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양국 간의 관계를 공여국-수원국에서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변모한 점을 주요 성공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출구전략의 주요 기본원칙이자 평가 지표들이 유사하게 지목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결국 원조 중단은 국가간의 여러 관계 형태 중 하나가 종료되는 것이다. 관건은 그 동안의 관계를 토대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더욱 고도화된 관계로 이끌어가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對베트남과 미국의 對파나마의 원조출구 사례는 다른 의도와 의미를 지니고 있고, 출구 이후의 행보도 다르게 나타나지만, 모두 국가 간의 원활한 소통이 기본이 되었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준비하였으며, 각 단계에서 진행 방향 등에 대해 공유함으로, 서로 간의 불필요한 갈등 및 충돌을 피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관계 형성으로 공동의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공여국의 입장으로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 많은 지원을 바탕으로 8%대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경제성장을 이룩한 만큼, 지원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깊이 공감할 것이다. 특히 빠른 성장세의 아시아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과 고도화된 ODA의 역할에 대해 모색은 시급하다. 아직 ODA 출구라는 것에 대해 국내에서는 크게 논의된 바는 없다. 하지만, 최근 ASEAN지역이 화두가 되고 있으며,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측면에서도, 이는 상당히 중요한 주제임이 틀림없다. 한국은 신남방정책을 필두로 아시아 지역의 ODA를 확대함으로 경제외교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가운데, ODA의 출구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출구전략을 ODA중단이라는 접근보다는 양국 간의 관계 전환이라고 볼 때, 미래지향적 개발을 위한 맞춤형 ODA로써의 역할과 정책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ODA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욱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 KOICA 역시 아시아 및 중남미 지역의 중소득국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장기간이 걸리는 ODA전이 및 출구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한 단계다. 따라서 혁신적 개발재원, 혼합금융 등 비전통적 원조방식에 대한 논의에도 박차를 가하는 한편, 수원국과의 직접적이고 투명한 소통의 기반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중소득국에 대한 원조가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오고 있다. 다양한 요인과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으나, 수원국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ODA의 중단에 대한 논의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출구전략에서의 중단 또는 철수는 장기적인 개선책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ODA의 출구는 수원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변화를 나타내는 만큼, 수원국의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관련 역량개발을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모니터링 및 성과체제의 연계를 통해 지속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즉, 공여국이 수원국을 위해 실행하는 정책행위가 아닌 양국이 모두 참여하고 실행하는 과정으로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각국 간 양자 관계 및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된 전략 수립 및 추진에 어려움이 존재하며 국가 간의 비교도 다소 유용하지 못할 수는 있겠으나, 최근의 ODA 출구논의는 과거 정치적인 요인이 주요했던 것에서 국제개발협력 체제의 변화, 지속가능성 등과 연관되면서 점차적으로 체계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결국 對중소득국 ODA는 지속 또는 중단이라는 이분법적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새로운 파트너십으로의 전이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